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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우선주의' 못된 관행 고쳐야

월드컵취재 내신과 외신 사이

김상철 서정은  2002.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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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뻘 외신 기자 부럽다”





“규정 상 관중석에는 기자와 카메라가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경쟁이 붙다보면 방송 3사가 다 들어간다. 반면 외국 언론은 대부분 규정을 잘 지킨다.”

월드컵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면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움직임도 더없이 바빠졌다.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기자들은 FIFA 행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경쟁 위주의 국내 취재관행도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경기장 취재의 경우 FIFA 규정상 기자들은 미디어석에서만 취재할 수 있으나 종종 관중석으로 ‘침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 방송사 기자는 “나도 관중석에 들어간 적이 있고 거기서 타사 기자들도 만났다”며 “현장을 잘 모르는 데스크들의 무리한 요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타사는 들어가서 방송하는데 나만 FIFA 규정을 따지면 무능한 기자가 되는 꼴”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 관객표로 ‘위장 잠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FIFA 방침은 기자에 대한 기본 인식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취재기자는 “외국의 경우 선수와 관중 그 다음에 기자가 있다. FIFA가 취재구역을 제한하는 것도 취재로 인해 관중들의 경기관람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자의 경우 ‘기자 우선주의’가 몸에 베어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이 기자는 “물론 FIFA 요구가 무리하거나 돈 벌기에 급급한 면도 있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존중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처리 면에서 미숙한 부분도 노출됐다. FIFA는 한 기자가 한 경기에만 취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자들은 각 경기장에 취재신청을 내놓는데 한국팀 경기나 주요경기가 있을 경우 취재가 그쪽으로 몰린다는 것. 이 때문에 취재신청을 한 타 경기장 취재를 가지 않게 되면 조직위에 사전 연락해 이를 취소해야 외신기자에 미디어석이 배분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기자들이 사전에 취소 통지를 하지 않고 주요 경기 취재에 나선다는 점이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같은 일로 취재석이 비는 경우가 몇차례 발생해 FIFA에서 ‘제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서기도 했다”면서 “취재규정에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면 16강전 취재 때 불이익을 준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고말했다.

기자들이 아쉬워하는 또다른 부분은 전문성이다. 한 방송사 기자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 비해 우리 기자들의 전문지식이 많이 떨어진다. 감독이 말하면 받아쓰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기자 조로’라는 국내 언론의 맹점이 자리잡고 있다.

한 취재기자는 “외신기자들과 부딪히다 보면 새삼 놀라는 것이 연로한 기자들이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무엇보다 나이 육십이 훌쩍 넘고, 아버지뻘로 보이는 사람들이 취재하고 기사 송고하는 모습이 남다르다”며 “곁에서 지켜보면 전문가로서 이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철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