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부산에서 단 2개의 일간지가 발행되는 데는 부산일보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 충북에서는 충청일보가 큰형으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했는 데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46년 창간돼 5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95년과 96년 안기부출신 사장 선임을 거부하며 전통의 맥을 잇는 대다수 기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불쾌한 얘기겠지만 지금의 충청일보가 50여 년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발행부수 면에서도 충청일보가 다른 신문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희화적으로 표현한다면 3개 신문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충북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해온 중견기자가 들려준 충북지역 언론계 지형이다. 충청일보는 안기부 충북지부장 출신인 현 안병섭 사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95년 8월과 96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간 실력 대결을 벌이면서 많은 기자들이 징계 또는 자의로 회사를 떠났다. 그 결과 끈끈히 내려온 전통의 맥이 끊어져 도내 대표신문 자리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충북지역의 일간 신문은 동양일보 중부매일 충청일보 대청매일 4개 사. 이중 대청매일은 지난 15일 법이 규정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문화관광부로부터 1개월간 발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청매일은 윤전기 등 법정시설을 제대로 갖추지도 않은 채 서류를 허위로 꾸며 일간신문 등록을 하고 신문을 발행해 왔다. 문화관광부는 등록취소 심판을 법원에 청구키로 했다. 기자협회 회원사인 나머지 3개 사도 다른 지역의 신문사와 다를 바 없는 경영난속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양일보는 지난해 부도로 현재 화의상태다.
"150만 명의 인구에 일간신문 4개라면 적은 숫자는 아니다. 더구나 충북에는 대도시라고 말할 만한 인구 밀집지역도 없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많다고 볼 수도 없다. 문제는 신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을 제대로 지급 받지 못하면서도 '기자'라는 명함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빚는 폐해는 시민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한 신문기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또 다른 기자는 열악한 임금실태를 지적했다. "모 신문의 경우 매달 총 매출액 중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사원들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고있다.기자들에게 지급되는 액수가 적게는 20만원에서 많아야 50만원 선으로 알고 있다. 기자도 집에 돌아가면 가장이다. 또 대부분이 취재목적에서라도 차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아직까지는 충북지역 언론계가 불미스러운 일이 비일비재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변모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몇몇 신문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방신문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과 기자들의 저임금은 충북지역에서도 함께 앓고 있는 '지병(持病)'이다. 방송사의 한 젊은 기자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신문 쪽 기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간접적인 방법의 언론사 지원이건 최저임금 가이드 라인이건 정부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