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미군이 가설한 고압선 부근에서 작업 도중 감전돼 양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청력상실과 신부전증 등 사고 후유증을 치료해오던 전동록씨가 지난 6일 부인과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전동록씨 감전사고는 특히 사건 발생 직후 미군 측이 가족에게 60만원의 위로금만 전달한 채 장례식 당일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아 가족들은 물론, 양심적인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번 일이 단순 감전사고로 그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미군측의 피해자 가족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와 자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의 태도 역시 무성의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월드컵 열풍이 거세다해도 전동록씨 사망사건을 다룬 신문은 한겨레 2차례, 문화일보 1차례가 전부였다. 전동록씨가 감전 사고를 입을 당시에는 MBC PD수첩과 KBS 뉴스 등에서 기획프로그램으로 방영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언론이 정작 그의 죽음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사대주의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일부 언론은 한미간의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번지고 있는 반미 응원 열풍에 대한 우려 표명 및 반미 응원 자제 캠페인 등 미국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언론의 무관심은 ‘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한미행정협정(SOFA)’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해 많은 국민이 미군이나 그 시설물에 의해 피해를 당해도 피해배상을 촉구할 길이 막막한 현실에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언론은 이번 월드컵 한-미전을 앞두고 불거진 ‘반미 응원’ 문제와 관련해 한미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언론은 그런 만큼 주한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등 갖가지 범죄는 물론, 미군측의 책임 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 사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의 국민적 열광과 이를 선도하는 언론의 과대 포장 뒤에 숨죽이는 민중의 아픈 현실을 언론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