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바라보는 기자들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가려 빛을 잃은 아쉬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손동우 정치부장은 “솔직히 나름대로는 한다고 했다. 지면만을 놓고 보면 월드컵 때문에 기사량이 줄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에 묻히는 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번 지방선거를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후보자간 정책대결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공약이나 정책을 위주로 검증작업을 벌였지만 주요 지면은 거의 월드컵으로 채워지는 통에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 신문들도 이런 사정은 같았다. 강원도민일보 김인호 정치부장은 “지방선거가 지역 현안인 만큼 많은 지면을 할애해 공약 검증 등 정책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독자들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한계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 만큼 월드컵의 위세 앞에 지방선거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편집기자는 10일 비가 오는 가운데도 시청 앞 광장에서 한-미전을 응원하던 군중들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신문들도 이런 국민적 관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취재했던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는 “유세 현장을 취재하고 있지만 기자들도 술자리에서 선거보다는 월드컵 얘기를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으로 연결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출입 기자는 “대선 후보들의 행보를 기사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방선거와 관련한 움직임이 모두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인 이상 그런 의미들을 놓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언론이 모른 채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월드컵에 묻히고 대선 전초전으로 연결된 지방선거에서 보도 방향과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고 취재기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한 신문사 정치부장은 “접전 지역 후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진보정당, 무소속 등 군소후보들에 대한 조명 노력도 할만큼 했다. 접근 방식이나 기획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보도 자체로만 보면 모자랄 게 없는데 월드컵에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중심 이슈로 제기하기는 어려웠다는 얘기다.
하지만 후보간 상호비방을 중계보도하는 경향 등은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문화일보 정치부 김교만 기자는 “정책 검증 기사를 내보내기는 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져 결국 후보자들간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중계보도하는 기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선거 때마다 하는 고민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 정치 중심의 보도 편향 역시 지적된다.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여론매체팀 차장은 “중앙지들이 대선 후보 중심으로 또는 중앙당 중심으로 지방선거 기사를 다룰 수밖에 없겠지만 지방선거의 취지를 흐리는 결과를 낳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