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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당했다"

중국 공안에 폭행당한 이상민 연합 베이징 특파원

서정은 기자  2002.06.19 1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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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중국 공안요원의 탈북자 원모씨 억류 및 강제 연행 과정을 취재하다 공안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연합뉴스 이상민 베이징 특파원은 “정당한 취재행위를 봉쇄하고 폭력까지 행사한 것은 어떤 것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13일 오후 4시경. 이날 오전 탈북자 원모씨와 그의 아들이 한국 영사관에 진입했으나 중국 보안요원에 의해 영사관 앞 초소로 끌려가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입수한 이 기자는 오후 3시경부터 영사관 초소와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공안들이 10여명으로 늘어나고 초소 앞 길이 좁다며 시비를 거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 기자는 현장에 더욱 근접해 들어갔다. 오후 4시경, 드디어 공안들이 탈북자를 빼내기 위해 밀치기를 시도했고 초소 앞을 막아서고 있던 영사관 직원 4∼5명과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공안들의 무차별 폭력으로 영사부 직원들의 다리와 입술, 옷이 찢기는 장면을 바로 뒤에서 취재하고 있는 이 기자에게도 공안 2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어깨와 멱살을 잡고 오른쪽 무릎과 옆구리를 구둣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이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성을 잃은 공안들에게 취재기자라고 알리고 말고 할 틈도 없었다. 더 이상 있다가는 강제 연행돼 조사를 받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영사관 문을 통해 몸을 피했다”고 말했다.

당시 공안의 구타로 오른쪽 무릎을 다친 이 기자는 아직도 걸을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10센티미터 가량의 피멍과 타박상이 남아있다. 이 기자는 “다리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중국 공안들의 야만적인 폭력 행태에 아직도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