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부터 지금까지 경기 일정 따라 움직이느라 집에도 못가는 신세다. 그래도 평생 한번의 기회라는 욕심에 버티고 있다.”
월드컵 현장을 취재하는 사진 기자들은 짐을 싸들고 경기가 열리는 지역으로 철새처럼 이동하고 있다. 통신사를 제외하고는 신문사별로 사진 기자 2명에게 AD카드가 발급되기 때문에 기자 1인당 매일 한 경기씩 취재하는 강행군이다. “평생 한번의 기회”라는 욕심에 신문 1면을 장식하겠다는 각오로 경기마다 500여장의 사진을 찍고 전송하느라 애쓰지만 취재 인력과 기본 장비면에서 훨씬 조건이 좋은 외국 기자들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일례로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은 노트북을 통해 ‘무선랜’으로 전송하는데 외국 통신사의 경우 기자 1인당 랜선을 1개씩 보유하고 경기장 마다 사진을 전송하는 기술자가 1명씩 달라붙는다.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어 메모리카드를 건네주면 대기 중인 기술자들이 바로바로 무선랜을 통해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신문들은 랜선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취재기자가 전송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속보에선 아무래도 뒤질 수 밖에 없다.
한 신문사 사진기자는 “외신 기자들은 데스크와 사진 전송 기술자가 따로 있어 사진 취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우리는 사진도 찍고 마감에 맞춰 직접 전송까지 해야 한다. 외국의 취재 시스템이 부럽다”고 말했다. 다른 사진기자도 “외국 통신사의 경우 출전팀 별로 전담 기자가 있을 정도로 취재 인력이 풍부하고 사진 전송 기술자까지 달라붙기 때문에 기자 1인당 취재 강도는 덜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할 여지는 높다”고 말했다.
경기마다 기자별로 500여장 가까이 사진을 찍고 이 가운데 100∼150장 가량을 전송하기 때문에 직접 찍은 사진이 신문에 실리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한 신문사 사진 기자는 “경기당 200명씩 사진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데 하루에 2∼3개의 경기가 열리니까 모두 600명의 기자들과 경쟁하는 셈”이라며 “힘들게 찍어 전송했는데 외국 통신사의 사진이 실리면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유리한 취재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관중석으로 위장 잠입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한 사진기자는 “취재 인원이 많으면 다양한 위치에서 대기할 수 있지만 우리는기껏해야 한두명이라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뛰어가고 서로 자리도 맡아준다”고 말했다. 먼저 경기장에 입장한 기자가 다른 기자의 자리를 맡아주다 기자들 사이에 크고 작은 언쟁도 오간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기자는 “AD카드가 없는 기자들은 관람객으로 위장해 관중석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회원사를 상대로 하루 평균 150여장의 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연합뉴스는 모두 17명의 기자가 AD카드를 받았지만 부국장까지 현장 취재에 나설 정도로 손이 달린다. 몇몇 기자들은 아침 일찍 국내 니콘 대여서비스센터에서 줄 서가며 디지털 카메라를 대여 받아 취재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한 사진기자는 “지난 4일엔 서울지역 일간지만 200여단 전재했고 평소에도 많게는 120여단씩 전재하고 있다”며 “기본 인력과 취재 장비 등에서 외신사에 비해 취약한 게 사실이지만 사진 서비스에선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정은 박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