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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신문협 77·96·97년에도 신문판매정상화 결의문…말로만 그쳐

김상철 기자  2002.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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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간에 무절제한 과당경쟁으로 말미암아 판매 일선에서 여러 가지 폐단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각사간의 심한 마찰은 물론 무가지를 남발하는 일, 월정구독료 이하로 할인 판매하는 일, 경품 및 출판물 등을 첨부하여 구독을 권유하는 일 등을 자행, 판매질서를 어지럽히고 독자에게 폐해를 끼치며 신문의 위신을 손상케하고 있습니다.”

신문협회 결의문 중 일부다. 문제는 25년 전인, 77년 8월 발표한 ‘신문판매 정상화를 위한 결의문’이라는 것이다. 결의문은 과열경쟁이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75년 당시 신문협회에서 이 문제를 현안으로 올린 끝에 채택됐다. 지난 20∼21일 각 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된 신문협회의 ‘신문시장 질서회복 특별 결의문’을 비롯한, 신문업계의 ‘자율 약속’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77년 결의문은 △무가지 배포 △구독료 할인 △경품 제공을 일체 금지한다고 선언하며 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무가지는 유료부수의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현재의 신문공정경쟁 규약 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정이었다.

이후에도 판매시장의 과열양상에 대한 자체 비판과 자율규제 선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6년 7월 16일 중앙일보 남원당 지국 소장의 조선일보 남원당 지국 직원 살해 사건 때에도 판매시장 관련 기사는 봇물을 이뤘다. 동아일보 대한매일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대부분의 신문은 ‘확장지-경품 마구살포…재벌언론 횡포’ ‘지방 거액지원·경품 살포·사람 빼가기’ ‘돈 무기 물불 안가리는 판촉전’ 등 ‘재벌언론’의 물량공세에 대한 비판기사를 ‘남의 일’처럼 쏟아냈다.

신문협회는 이때도 살해 사건 다음날인 96년 7월 17일자로 ‘신문 판매질서 확립 공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일부 회원사의 과열된 신문판매 경쟁에서 빚어진 불미한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하고 이를 자책했다”며 “신문판매협의회의 자율적인 규제조치를 전폭적으로 수용, 그 시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판매협의회 결의 내용은 △확장용 경품 제공 중단 △강제 투입 금지 △무료 구독기간 1개월로 한정 등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신문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 협의를 거쳐 ‘신문판매 자율규정’을 확정하고, 공정거래위가 신문고시를 제정 시행하는 과정에서는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는 96년 12월26일 △경품 제공 금지 △유료 구독부수의 20%를 초과하는 무가지 제공 금지 △무가지 투입 2개월까지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신문고시를 확정하고 97년부터 이를 시행키로 했다. 당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공정거래위의 신문고시 제정 방침과 내용 등을 단순 보도했다. 지난해 언론탄압을 주장하며 신문고시 부활에 강력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신문사들은 이밖에 97년 3월, 2000년 11월에도 경품과 무가지 제공 금지 등의 자율규약 시행을 알리며 독자들의 신고와 협조를 요청하는 신문협회 명의의 사고를 게재해왔다. 지난 21일 발표된 신문협회 결의문도 면피성 조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전력’ 때문이다.

한겨레는 같은날 ‘신문시장 자율과 준법 병행을’ 사설에서 “문제는 신문협회의 결의를 대다수 독자들이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신문사들의 ‘자율’ 결의를 일단 존중은 하되 내놓고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가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