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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채권은행 '무쟁의 동의서' 요구

기업개선약정 전제조건…노조 "서명 못한다"

박주선 기자  2002.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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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채권단이 내달 초 기업개선약정 체결을 앞두고 노조측에 ‘무쟁의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21일 노조에 채권단이 요구한 ‘노동조합 동의서’를 전달하고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조합 동의서에는 △재무구조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개선작업의 선행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 △기업개선작업과 관련, 채권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 △한국일보사, 채권단, 주요 주주간에 체결될 기업개선약정서에 동의하고 적극 협조 △기업개선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기업개선작업의 진행 및 신문생산에 지장을 주는 어떤 쟁의행위도 하지 않겠다 등 총 4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임대호 언론노조 한국일보 지부 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제한하고 손발을 묶는 동의서에 근본적으로 서명할 수 없다”며 “회사는 조합이 요구한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이같은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측은 노조 동의서 제출이 기업개선약정 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15조 2항 4호에 따르면 “기업정상화계획 약정에 노동조합 또는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한 동의서를 포함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공동관리업체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라며 “미리 노조 동의서를 받은 후 채권단 합의를 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가장 논란이 되는 무쟁의 조항에 대해 “회사 회생을 위해서는 기업개선약정 기간 내에 노조 쟁의가 없어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밝혔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조’ 동의서가 없으면 기업개선약정 체결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회사 살리기에 힘써온 노조가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중호 일간스포츠 사장 등 한국일보 대주주들이 채권단에서 요구한 ‘주주자본금출연 이행각서’를 제출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장 사장이 감자에 반대해 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지난 7일 본회의에서 100% 감자 및 출자전환 등을 골자로 내놓은 기업개선약정서는 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는 오는 28일 감자를 위한 주총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까지(25일) 장재구 회장과 장 사장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알려졌다. 장 사장측 역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100% 감자는 창간사주의 장손인 장 사장으로서는 한국일보와 완전히 결별하는 일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국일보를 회생시키기 위해 경영권을 삼촌인 장재구 회장에게 넘겨줬는데 이제 와서 감자를 반대해 한국일보의 활로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장 회장과 장 사장이 ‘감자 동의’라는 관문을 어떻게 통과할지 주목된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