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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개정 논의 중구난방

여야 3당 노조·시민단체 입장 제각각 장기화 우려

이경숙  2000.11.03 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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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회 임시국회와 방송노조의 총파업을 전후로 한 방송법 개정논의는 제자백가시대를 방불케 한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의견 대립은 물론이고 공동여당안 발의 직전까지 국민회의에 동조하던 자민련이 독자적인 '중재안'을 들고 나섰다. 게다가 침묵을 지키던 문화관광부도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방송정책권 정부 존치론'을 역성 들며 여당안의 기본틀에 이견을 표시하고 나섰다.



총파업 중인 방송노조는 방송정책권의 방송위원회 이관을 전제로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사장의 인사청문회, 노사 공동의 편성위원회 법제화 등을 보장받을 때까지 파업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개혁운동의 든든한 동반자던 시민단체들 사이에서조차 원칙론과 현실론을 경계로 미세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16일 임시국회가 폐회됐다.



다음 임시국회는 예산위원회의 의원외교가 끝나는 8월 초나 돼야 열리리란 전망이다. 그 때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여야 3당은 '우리 당의 입장은 충분히 밝혔으니 이제 공은 상대방에게 넘어갔다'며 서로 상대가 먼저 협상을 제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좁힐 여지 없이 멀기만 한 것일까?



다음은 천호선 문화관광위 수석전문위원이 13일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내놓은 검토보고 내용이다. "방송위원회의 위상과 직무와 관련 여야의 개정안 모두 사실상 인허가권을 방송위원회에 부여하는 등 행정부로부터 분리된 독립규제위원회의 위상을 설정한 점은 같다. 다만 방송위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므로 공영방송의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방송위 구성방식에서 여야 개정안은 '국회 추천-대통령 임명'이란 점에선 접근했지만 위원 추천이나 상임위원 임명방식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방송위원의 인사청문회는 국회제도개혁 차원에서 논의되는 인사청문회 제도와 연계해 검토할 사안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전에라도 국회 해당 상임위, 즉 문화관광위에서 인사청문을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방송위원이 임명권자에 구애되지 않도록 연임제를 삭제하고 임기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때 임기의 동시만료로 직무의 연속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 위원들 간 임기가 겹치지 않는 프랑스 CSA 방식이 좋은사례다."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사장의 사전검증장치에 대해선 여야 3당도 어느 정도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검증방식은 인사청문회보다는 사전 공시나 호선 등을 통한 자연스런 검증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 공적 기여금, 예산권 문제들도 상식적 차원에서 해소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그밖의 쟁점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국민회의는 방송정책권의 이관이나 방송위원 구성방식, 편성위원회 등 그밖의 기본틀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초발심'을 앞세워 여타의 개혁입법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의 연속선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또한 방송위 정책권 이관과 방송위원 구성을 연계, 방송위를 강화하려면 국회 추천 몫을 늘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방송노련 역시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사장의 사전 검증장치만으로는 파업을 풀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방송노조의 한 간부는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성취를 얻어야 파업을 풀 것"이라면서 "편성위원회 설치는 방송위원, 공영방송 사장의 사전 검증장치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19일 열릴 여야 총무회담과 공동여당 문화관광위원 간담회가 가장 가까운 해결점이자 출구다. 이 때 각 집단들의 태도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방송노조의 파업과 법 개정논의의 공전사태는 한달 가까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