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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관심' 그친 '8% 득표'

민주노동당 기사 '특수'에서 다시 제자리

김상철 기자  2002.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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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 진출 의미 보다 흥미위주 접근



선거를 통해 가능성을 열었지만 언론의 벽은 여전히 높다. 민주노동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8.13%의 정당 지지율을 획득, 제3정당으로 부상했으나 언론의 보도양상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사는 ‘반짝 특수’에 그쳤고 8% 지지의 성과와 의미가 반영된 조명, 정책적 접근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4~20일 서울지역 일간지에는 50여건의 민노당 관련 기사가 실렸지만, 한겨레를 제외하면 이후 관련 기사는 또다시 증발됐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8강, 4강에 진출하면서 정치가 묻혀지고, 정치기사 역시 민주당 내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기사도 ‘민노당 약진 3위’ ‘민노당 전국정당 부상’ ‘민노당 정당보조금 받는다’ 등 순위와 흥미 위주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사설의 경우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제도권 정치의 진입장벽을 깨고 전국정당의 싹을 틔웠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상현 민노당 대변인은 “선거 직후 4~5일 정도 기사가 급증했다가 또다시 관심권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MBC나 한겨레에서 기획 심층보도를 내보냈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제3당이라는 서열을 앞세운 흥미 위주 보도에 그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 역시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노당 관련 보도가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관심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원내정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 판세 위주로 돌아가는 취재관행을 감안할 때 민노당에 대한 언론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정치부장은 “민노당 지지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만큼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그러나 “어차피 정치는 원내정당 중심으로 움직이기 마련이고 당장 재·보선 대선 등 정치일정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민노당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정책적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들과 민노당 상호간의 ‘기대치’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한 정치부 기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이자제한법 등 민노당의 정책적인 노력이 선거에서 주요하게 평가받은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민노당의 역할과 정책역량이 커진다면 자연히 기사는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말했다.

반면 이상현 대변인은 “그같은 인식은 정책개발과 여론의 관심 모두를 민노당의 과제로 돌리는 이중과세”라고 말했다.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지면 여론의 지지도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언론은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낮아 기사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되풀이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방선거라는 시험대를 넘어왔지만, 민노당에게 언론은 또다른 시험대로 여전히 남아 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