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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상 심사평] 서울경제 '루비니 백신' 끈질긴 사실규명 노력 돋보여

김영욱 위원  2002.06.26 11: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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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





연합 ‘자유 향한 진입…’ 탈북가족 생생한 모습 포착 호평





현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은 5월에도 여전히 ‘특종제조기’로서의 힘을 발휘했다. 중앙일보 뉴스위크(임도경)의 ‘최규선 진술 테이프’가 14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테이프의 입수와 녹취록 작성 과정에서 많은 품이 든 이 보도로, 그 전까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최규선의 행동과 면모가 밝혀지게 됐다. 함께 수상한 동아일보(이수형·이명건·이정은·길진균)의 ‘파크뷰 특혜분양 및 최규선 비리 청와대 보고 추적’은 김은성 탄원서를 입수해 보도한 것. 이를 계기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파크뷰 특혜분양은 내일신문이 먼저 제기했지만, 의혹제기에 그치고 후속취재가 부족해 수상하지 못했다. 서울경제(박상영)의 ‘루비니 백신’은 국제보건기구가 효과가 미약하다고 평가한 볼거리·홍역·풍진 예방 백신의 국내 판매 사실을 발굴한 작품. 거대 제약회사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사실규명을 통해 이 백신의 판매금지까지 이끌어내 수상했다. 국민 건강에 기여한 것은 물론 인터넷으로 해외정보에 빨리 접근한 점도 돋보였다.

연합뉴스(이충원)의 ‘길수 친척 선양 일본영사관 망명 좌절’보도는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신속하게 타전해 좋은 기사로 평가받았지만 근소한 표차로 수상하진 못했다. 기자상이 절대 평가를 원칙으로 하지만 같은 사건에 대한 연합뉴스 사진의 수상 예상이 한 요인이었던 것 같다. 모두 11편이 출품된 취재보도부문에서 평소보다 많은 3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반해 2편이 출품된 기획보도부문에는 수상작이 없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는 경인일보(배상록·우영식·정양수)의 ‘경기대 권노갑 등 정관계 인사 줄대기 교수 임용’이 선정됐다. 지역 내 대학이 정관계 인사를 대우 혹은 겸임교수로 임명하고 강의도 없이 임금을 지급한 사건을 추적한 작품. 상아탑으로까지 불리는 대학의 상식 이하 행태를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CBS광주방송(임영호·권신오·김형로)의 ‘민주당 전남도지사 선거대책 회동 및 경찰서장 폭행’ 보도도 함께 수상했다. 이 방송은 민주당의 도지사 후보, 국회의원, 군수 후보와 지역 경찰서장이 음식점에서 몸싸움을 벌여경찰서장이 다쳐 입원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이 선거대책회의를 했다는의혹이 제기되었고 경찰서장은 직위 해제되고 군수후보는 교체됐다.

8편이 출품된 지역기획부문에서는 ‘자연 다큐’로도 분류될 수 있는 동물·환경 관련 작품들이 이 달에도 적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구조적 문제의 탐사, 권력형 비리 폭로, 인권, 약자 대변 등 저널리즘 측면을 중시한다. 새 사실의 발견이나 구체적 문제의 탐사 없이 일반 수준에서 자연사랑이나 환경보호를 소구하는 작품들의 기자상 수상은 쉽지 않다. 이 달도 예외가 아니었다. 방송 기획보도에서 주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등 초반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긴박한 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부문에서는 부산MBC(조순완·최병한)의 ‘숨막히는 터널’이 수상했다. 터널을 운전하면서 공기가 탁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 보도는 터널 안 공기가 얼마나 유해한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터널 관리의 문제를 지적했다. 호남신문의 ‘2002년 비엔날레 현장리포트’는 미술전문기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일부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작은 표차로 수상하진 못했다. 대전방송의 ‘IT로드를 가다’ 역시 지역 연관성을 잘 살린 기획이었지만 영상과 주제의 접합에는 성공하지 못해 수상에 이르지 못했다.

4편의 사진, 1편의 편집, 1편의 방송영상이 출품된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박일)의 ‘자유를 향한 진입, 체포 그리고 절규’가 수상했다. 중국 선양 일본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중국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끌려나오는 탈북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

이 달에도 수상하진 못했지만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출품작 하나 하나에 기자들의 노고와 땀이 베어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달 심사회의도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