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동수신과 난시청이 해결되지 않고 시청자의 추가 비용만 부담시키는 미국방식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또 한번 제기됐다. 시청자연대회의는 지난 21일 ‘DTV 방식논란과 시청자 부담‘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시청자 입장에서 DTV 방송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디지털TV 방송방식의 문제점’을 발표한 석원혁 MBC 정책기획실 차장(전 방송기술인연합회 사무국장)은 “미국방식은 특허료가 높고 시장 규모가 적어 수신기 가격이 유럽방식보다 2∼3배 더 비싸다”며 “미국방식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지만 이동수신과 데이터방송 등 새로운 서비스 혜택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석 차장은 “방송사는 기존의 미국방식 송신기의 일부 부품만 교체하면 유럽방식 사용이 가능하다”며 “일부 방송사의 주장처럼 3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시청자 주권과 디지털방송’을 발제한 임순혜 KNCC 언론위원은 “지금의 DTV 방송정책은 난시청 해소와 수신 편이성 등 시청자의 공익과 보편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시청자의 불편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방식은 유럽방식보다 실외수신율이 15% 더 낮아 수도권 460만 가구중 70만의 난시청 가구가 발생한다. 하루빨리 DTV 방송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평호 단국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방송방식 논란이 제기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왜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지 궁금했다”며 정통부 출입기자 11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통부 기자들은 △양측 주장이 매번 똑같아 계속 기사화하기 어렵다 △이동수신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DTV방식 문제는 방송사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것이라 끼어들고 싶지 않다 △본 방송이 시작된 상태에서 문제제기가 너무 늦었다 등의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기자들의 생각이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청자들도 왜곡된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시민단체와 언론단체가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태 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정통부는 이동수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통신과 방송이 결합되는 추세에서 지상파방송이이동수신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방식을 택하면 난시청과 이동수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데 왜 미국방식 고수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양휘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언론특보와 남영진 민주당 노무현 후보 언론특보를 토론자로 초청했으나 양 특보는 일신상 이유로 불참했다. 남 특보는 이날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관련 법안 및 현안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내부 토론이나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구하려 한다.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