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정당이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잇따라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이 언론을 상대로 낸 소송을 정리했다.
△정당 대 언론=현재 언론을 상대로 정당이 직접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4건이 전부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17일 한겨레 6월 3일자 언론인 정경희씨의 칼럼에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데 이어 지난달 26일 MBC에 3억원, 오마이뉴스·신동아·일요시사에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불공정하게 보도하고, 오마이뉴스 등은 이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를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지난 2월 ‘정연씨 근화제약 주가조작 연루설’을 보도한 내일신문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개별 정치인이 아닌 당 차원에서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99년 국민회의가 한겨레를 상대로 101억원 소송을 제기했다 취하한 사례 이후 올들어 급증한 셈이다.
△정치인 대 언론=정치인들도 언론을 상대로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 현재 4건의 소송이 계류중이다.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의원은 현재 동아일보, 조선일보, 시사저널을 상대로 3건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권 전 최고의원은 지난 3월 조선일보가 보도한 ‘권노갑씨 정치자금 살포, 돈 받은 후보·출처 밝혀야’ 기사와 ‘권씨 자택서 대책회의’ 사진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월에는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상대로 5억원을, 지난 2000년에는 김옥두, 김홍일 의원과 함께 ‘민주당 실세 K의원의 정현준 펀드 가입’을 보도한 동아일보를 상대로 총 1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홍근 전 청와대 공보수석도 지난 5월 조선일보의 ‘오홍근씨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낙하산 논란’ 보도에 대해 10억원의 손해해방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7월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와 사설을 실은 동아일보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반론보도 심판청구 소송을 냈으나 “국정홍보처가 정부를 대신해 반론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신건 전 국정원 2차장은 2000년‘진승현씨 도피를 도왔다’고 보도한 문화일보에 대해 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를 취하했다.
△정치권 언론중재 신청 급증=정치인·국회의원·정당의 언론중재신청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2001년 15건이었던 언론중재 신청건수가 2002년 5월 말 현재 18건으로 이미 지난해 신청 건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5월 한달 동안 △이회창 전 총재의 최규선 2억5천만원 수수(대한매일 한국) △이회창 후보 팬클럽 ‘창사랑’ 폄하(MBC) △이회창 후보 장남 정연씨 제약회사 주가조작 의혹 사건 연루(경향) △장남 정연씨 병역은폐 대책회의(오마이뉴스) △’고려대 나오고 기자될 수 있나’ 발언(미디어오늘 굿데이) 등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6건의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가운데 MBC와 오마이뉴스에 대해 지난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자유 위축 우려=이와 관련 언론계에서는 정치권의 잇따른 거액 소송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권력이 언론의 비판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법적 대응을 남발한다면 언론자유는 위축되고 권력은 부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언론중재를 신청한 사례가 대부분 이회창 후보 개인과 관련된 보도라는 점에서 공당의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