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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사진 국제 경쟁력은

변영욱 기자  2002.07.03 13: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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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신문의 사진기자들은 월드컵 취재를 안 하나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중반쯤에 한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인터넷 옴부즈맨에서 이런 질문을 접한 착잡한 심정을 동료들에게 전했다. 그러자 다른 사진기자가 이렇게 자조 섞인 대꾸를 했다. “캡션을 영어로 써서 사진을 보내면 좀 쓰려나?”

편집기자들이 현장에서 촬영해 보내는 사진보다 외신사진을 더 많이 싣는 것에 대해 사진기자들은 당혹스런 감정을 가졌었다. 외신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경쟁은 ‘국제적’으로 하는 자신들의 고생을 편집기자들이 몰라준다는 서운함이었다.

자사 기자의 사진을 실으면 여러 면에서 좋겠지만 마감이 지나서 전송되거나 상대적으로 현장감이 떨어지는 사진을 싣는다면 최종 결과물인 지면에서 질 수밖에 없으므로 편집자들은 과감히 외신을 쓰는 경향이 있다.

전문성과 속도. 외신 사진은 국내 사진기자들보다 앞서 있었다. 나는 이번 월드컵 기간에 사진기자가 아닌 ‘테크니션’으로 참여했다. 그라운드로부터 디지털 카메라 칩을 ‘필름 러너’라는 자원봉사자가 전달해오면 좋은 장면을 골라 본사로 전송하는 역할이다. 속도를 경쟁하는 셈이다. 그라운드에서 무선 랜과 FTP로 전송하고 경력 많은 에디터가 중계하는 외신과의 경쟁에서 앞섰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현장에서 포토샵 등으로 사진을 보정하는 기술이나 사진설명의 정확도 그리고 현장에서의 사진선택도 외신이 우세했다. 월드컵 이전에 예상했던 과제이긴 했으나 빡빡한 일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진기자 한 명이 준비하기에는 너무 촉박한 문제였다.

외신 사진기자들은 6, 7명이 팀을 이뤄 적지적소에 배치되어 취재를 했다. 무전기를 통해 전해지는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촬영하고 전송했다. FIFA로부터 1, 2장의 필드입장권을 받은 한국 신문사로서는, 게다가 월드컵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 기자들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취재시스템이었다. 신문의 지면에 많이 게재되었던 앵글 중에는 골대 뒤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다. 전부 외신사진이다. 골대 뒤에 원격조정카메라를 설치한 국내 신문사는 없었다.

외신 기자들 모두가 스포츠만 전문으로 하는 사진기자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이 스페인과 4강 진출권을 놓고 겨룬 승부차기에서 이운재가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인 호아킨 산체스의 슛을막아내는 장면을 가장 잘 포착한 AP통신 그렉 베이커 기자는 지난 3월 주중 스페인대사관으로 뛰어들어가는 탈북자 25명의 생생한 모습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사진의 경쟁력인 전문성과 속도는 결국 사진기자와 사진에 대한 투자로부터 이뤄진다는 생각이 든다. 월드컵 기간 동안 상상력과 현장포착력이 뛰어난 사진을 찍는 한국의 사진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우수하고 전문적인 스포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국제대회를 경험토록 하고 촬영자와 포토에디터 그리고 통신기술자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시켜 준다면 경쟁력은 제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