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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기면 문제 해결되나"

서해교전 응징·문책 넘어 '분쟁관리' 접근해야

김상철 기자  2002.07.10 11: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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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과 관련, 긴장 해소와 재발 방지를 위한 언론의 조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해 5개도서 부근 해역 관할권을 둘러싼 남북한 간 이견 해소 등 언론이 ‘해법 찾기’에 나서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경우 또다시 교전, 사상, 진상규명, 응징과 문책 수순의 보도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2·3·4·5면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의 경우 언론은 99년 서해교전 당시 이 문제를 더러 거론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북측이 지난달 29일 교전 이후 일련의 입장 발표에서 “남조선 군부가 우리 함선들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북방한계선이라는 것은 1950년대에 제멋대로 그어 놓은 비법적인 유령선”이라고 주장한 데서 보듯 NLL을 둘러싼 논란은 언제든 ‘실제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문제였다.

이와 관련,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북측의 NLL 침범 사례는 너무 빈번해 아이템에 올려도 기사화가 안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올들어서만도 북 경비정의 NLL 침범이 14차례에 걸쳐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무관심’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해교전이 재발하자 언론 보도가 해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보다는 군사적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는 양상을 낳았다. 한 기자는 “진상규명도 물론 중요했지만 소극적 대응 질책→수천발 사격 발표→격침시키지 못한 이유 추궁→확전 가능성 거론 등 당시 상황을 둘러싼 보도가 언론과 합참의 ‘숨바꼭질’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법’에 대해 접근한 사례는 신문의 경우 5일자 한국일보 기획 ‘남북 화약고 NLL/분쟁소지 미완 경계선…협의 필요성엔 공감’과 4일자 대한매일 ‘남북공동어로 논의해보자’ 사설에서 △남북 기본합의서에 규정된 군사공동위 개최 △남북 군사회담을 통한 해상분계선 재조정 △공동어로해역 설정 등을 거론한 정도였다. NLL 문제의 조명 필요성이 시민언론단체와 진보정당 등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노조 산하 민주언론실천위는 지난 3일 모니터 보고서에서 “언론이 연평도나 백령도 주민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남북한의 교류와 화해로 인근 해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공동어로협정 체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조업에 나설 수 있도록 여론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5일 “‘분쟁수역’인 서해 5도 주변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으며 경실련통일협회도 같은날 성명에서 NLL 보장을 위한 남북간 협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병태 한국일보 부국장은 이와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누가 먼저 공격하고, 총탄은 몇발을 쏘고, 하는 데에 머무르기 보다는, NLL의 불확정성과 꽃게 어업문제로 인한 남북간 충돌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 부국장은 “이번엔 선제공격을 당했지만 다음에 ‘우리가 이기면’ 문제는 해결되느냐”고 반문하며 “이제는 언론이 서해문제를 ‘분쟁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