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공시전 기업정보 언론에 제공하면 처벌"

공정공시제도 취재활동 위축 우려

박주선 기자  2002.07.10 00:00:00

기사프린트

올해 안으로 도입될 공정공시제도가 언론의 취재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공시제도’ 공청회에서 발표한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금융감독원 등의 공정공시제도 시안에 따르면 상장·등록법인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보를 공시 전에 특정집단이나 개인에게 선별 제공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규제대상 정보는 △사업, 경영계획 △매출액·영업손익·경상손익·당기순손익 등에 대한 전망 △사업보고서 등 제출 이전의 매출액·영업손익·경상손익·당기순손익 등 영업실적 △수시공시 의무사항과 관련된 미확정 정보 등이다.

이같은 정보는 선별공시 금지대상자로 규정한 △국내외 언론사 및 임직원 △증권회사 투자자문회사 투신사 자산운용회사 증권투자회사 선물업자 △국내외 기관투자자 △증권정보사이트 운영자 등에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단 2개 이상의 신문·방송(전국) 등 언론기관에 대해 공식적인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한 정보제공의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맹기 증권거래소 부이사장보는 공청회 주제발표를 통해 “공정공시제도란 상장법인 등이 특정집단에게만 기업 중요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그 내용을 일반 투자자에게도 즉시 공시하는 것”이라며 “모든 시장 참가자들에게 공정한 정보접근권을 제공하여 정보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거래소 등은 공청회 내용을 수렴해 공정공시제도 최종안을 확정,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를 현행 공시관련 규정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별공시 금지대상에 언론을 포함한 데 대해 언론의 기업취재를 어렵게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임종건 서울경제 논설위원은 “기업체 임원 등이 기자들에게 기업정보를 얘기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기자들은 보도자료만 보고 기사를 써야될 것”이라며 “기업정보가 원활히 흐르지 않는 등 보도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증권부 한 기자는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공시된 것 외에는 기사화할 수 없다면 취재경쟁이 있을 수 없게 되며, 국민과 수요자의 알권리는 무시되고 공급자에 의해 정보 흐름이 좌지우지돼 오히려 정보흐름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우려하는 언론보도도 잇따랐다.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사업계획, 합병 등 주요 기업내용을 취재하는 일이 원천봉쇄 당할 가능성이 있다(중앙)” “언론사의 기업취재를 사실상 봉쇄(서울경제)” “언론의 취재활동이 위축되고 중요한 기업정보가 오히려 일반투자자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조선)”라는 지적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4일자 사설 ‘공정공시제도 시안 문제 있다’에서 “증시와 증시당국의 불공정 행위책임을 언론에 전가시키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족쇄를 제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최홍식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 공시제도팀장은 “취재를 예외로 두면 취재라는 명목으로 다 빠져나가 공정공시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언론을 포함했다”며 “하지만 공청회에서 나온 찬반 여론을 모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관계자는 “현재 언론기관을 공시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언론을 포함했지만 이는 시안일 뿐이며,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