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사건을 둘러싸고 조선일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다시 충돌했다. 노 후보는 조선일보 3일자 5면 ‘말 못하는 노후보’ 기사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라고 비난한 데 이어 4일과 5일에도 잇따라 조선일보 보도를 거론하고 나섰다.
노 후보측은 지난 3일 유종필 공보특보 명의의 성명을 통해 “조선일보 3일자 ‘말 못하는 노후보’ 기사는 철저한 사실 왜곡”이라며 즉각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노 후보가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 후 나흘째가 되도록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사건 발발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기다려 달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오후 늦게 원칙론을 담은 세줄짜리 논평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 노 후보 입장을 듣고 싶다는 보도진 요구에 유종필 공보특보는 “민감한 주제는 얘기해 봐야 손해”라며 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 특보는 성명에서 “사건 발생 당일 후보 명의의 코멘트와 당 대변인 성명, 1일 당정회의를 소집해 공식 발표한 4개항의 당론은 ‘뚜렷한 입장’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후보가 사건 당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당사로 나와 당내 전문가들의 보고를 받은 뒤 입장을 내놓은 것은 대선후보로서 ‘신속하면서 신중한’ 대응이었다”는 설명이다. 유 특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 대선후보가 진상파악도 하기 전에 입장을 발표하라는 것인지, 조선일보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말 아끼는 노후보’라는 초판 제목을 시내판에서 ‘말 못하는 노후보’로 바꿨다.
노 후보는 지난 4일에도 긴급 기자회견 말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나 서해도발에 관해서는 적어도 이회창 후보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조선일보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5일 경인방송 ‘봉두완의 진단 2002’에 출연, “북측 도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전에 섣불리 대응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진상을 파악할 때까지 입장 표명을 자제한 것을 ‘왜 말을 못하냐’며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햇볕정책 전면 재검토 주장과 관련 “그와 같은 흐름을 일부 언론에서 주도해 가는 측면이 있다. 햇볕정책과 이번 도발사건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는데 이를연계시켜 몰아가는 것은 국익에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