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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존 맞습니까" 굳은 표정 외면

한국일보 착잡·침통 "일단 수사 지켜보자"

박주선 기자  2002.07.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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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존 맞습니까?”

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이 지난 9일 오후 2시 51분 서울지검에 출두했다. ‘장존이 장재국 전 회장’이라는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 시작 5년만이다. 회색 양복에 진회색 넥타이를 맨 장 전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한국일보 기자의 수행을 받으며 검찰 조사에 응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장 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장 전 회장의 소환 조사에 대해 한국일보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장 전 회장이 장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장존은 장재국 씨”라는 대한매일 보도에 대해 “장존은 중국계 인물”이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던 때와는 차이가 있다. 장 전 회장이 올초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로서는 부담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편집국 한 부장은 “착잡하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한국일보 경영난을 야기한 장 전 회장이 도박건에 연루돼 회사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노조와 공동으로 장 전 회장을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한국일보 노조는 “세간의 의혹대로 원정도박 사실이 밝혀지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대한매일이 로라최 인터뷰를 통해 “장재국 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00만 달러 이상을 도박으로 날렸다”는 보도를 하자 즉각 “한국일보를 먹칠한 장재국 회장은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99년 ‘장존 의혹’을 제기한 말지 보도 직후에도 ‘장 회장 스스로 물러나라’는 노보(99년 7월 23일)를 냈었다.

노조 관계자는 또 “로라최 주장대로 장 전 회장이 900만 달러 상당의 도박을 했다면 자금 출처가 어딘지도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편집국 한 기자는 “회사 자금을 횡령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검찰 수사가 횡령 여부까지로 이어질지는 검찰 의지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로라최 인터뷰를 통해 ‘장존 의혹’을 제기한 대한매일 특별취재팀 관계자는 “감춰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재 당시 로라최의 얘기가 거짓말로는 꾸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정확했고, 미국현지 취재를 가서 로라최 이외에 카지노 관계자들로부터 장존이 장 전 회장이라는 진술을 확보해 법정 소송도 각오하고 보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언론은 장 전 회장의 해외 원정 도박사건을 계기로 언론인 윤리의식 확보를 위한 자정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