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이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6월 30일. MBC에는 오전부터 여러 통의 전화 제보가 걸려왔다. “우리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연평도 어민들의 전화였다. “이날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벗어나 조업을 했고, 우리 경비정이 어선들을 보호하기 위해 저지하는 가운데 북한 경비정이 나타나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사상자를 메고 내리면서 ‘철수하라고 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죽었다’고 말하면서 울었다”는 목격자의 전화도 있었다.
MBC는 그러나 이같은 제보 내용을 그대로 보도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증언은 “당시 우리 어선은 하나도 없었고 북한군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넘어와 선제공격을 했다”는 국방부의 발표 내용을 전면 뒤집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MBC는 확인취재에 들어가기로 하고 7월 1일 연평도 어민들과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돼 있는 부상병들을 인터뷰했다. 어민들과 부상병들의 증언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MBC 내부에서는 보도여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졌다. 북한 관련 보도 관행과 국민 정서상 우리측이 약간이나마 ‘원인제공’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리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도국 한 간부는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실체적 접근을 시도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겁도 났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전파를 타게 된 이 뉴스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MBC는 1일 뉴스데스크 톱으로 “교전 발생 당일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 56척이 꽃게잡이를 하고 있었고 해군함정 6척이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선들 가운데 10여 척이 꽃게잡이에 열중한 나머지 정해진 작업구역을 넘어섰다”며 “결국 조업구역을 벗어난 어선들을 보호하느라 우리 고속정들은 북한의 선제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고 보도했다.
MBC 보도가 나가자 한겨레 등은 우리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이탈한 사실과 함께 북한의 선제공격이 우발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MBC의 보도가 “책임을 어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MBC 사회부 최문순 차장은 “이번 보도는 사회부에서 사건사고로 접근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매번 반복되는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찾고 대안을마련하자는 뜻에서 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