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언론 다시보기]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오해

이장희 교수  2002.07.10 14:22:20

기사프린트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과대학장







지난 6월 29일 서해교전에서 양측에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것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서해 교전의 근본원인과 그 해법은 냉전시대에 무조건 덮어두었던 미해결의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ed Line)에 대한 검토 없이는 생각해 볼 수 없다.

첫째, NLL은 정전협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1953년 정전협정 협상시 육지 군사분계선은 합의를 보았지만 서해 해상 경계선은 의견의 차이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정전협정 협상에서 북한은 경기도와 황해도 도계(道界)의 연장선을 주장했고, 유엔군 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UNC)는 서해 5도가 모두 포함되게 경계선 획정을 요구해 의견차이로 정전협정에서 규정하지 못했다. 한편 당시 우세한 해군력을 동원한 리승만 박사의 북진공격을 두려워한 유엔군 사령부가 남측해군력의 북진한계를 내부적으로 규제할 필요에서 NLL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이 1953년 8월 30일 일방적으로 NLL을 내부적 작전규칙의 일환으로 해군에만 전달하고 북측에 정식으로 통고하지 않았다.

둘째로 남북기본합의서에도 합의되지 않았다.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불가침)의 부속합의서 제10조도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서해의 해상 불가침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확정될 때까지는 불가침선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중요하다. 특히 남측은 이 ‘구역’에 NLL이 포함될 것을 주장했고, 북측은 ‘구역(區域)’ 대신에 ‘지역(地域)’으로 주장해 해상경계선을 제외시키려고 했다. 당시 NLL 인정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 회담 지체의 큰 원인을 제공했다. 이처럼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선에 NLL 포함을 극구 반대하였다. 객관적으로 보아 남북한의 군사적 경계선이 되기 위해서는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이란 “쌍방이 합의하고 동의한 구역”이라야 남북 양측에 경계선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셋째로 북한이 묵시적으로 20년 이상 동안(1973년 8월 1일 이후) NLL을 인정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한국전쟁중이나 이후 수년동안 강한 해군력을 보유하지 못한 채 그들이 주장하는 12해리 영해를 지킬 능력이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57년 초부터 북한경비정이 5개 도서의 연안을 순시하기 시작하였고, 종종 한국어선을 나포해 갔다. 따라서 이것을 근거로 실효성의 원칙에 의해 NLL을 북한이 묵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법적 의미가 희박하다.

넷째, 유엔군 사령부조차도 북한의 NLL 월선을 영해침범이라 하지 않았다. 서해 5개 도서 3해리 밖의 수역은 공해(International Waters)라 했고, 서해 5개 도서 안의 수역은 인근수역(waters contiguous to the island groups)이라고 했다. 미국무성과 이양호 국방장관도 정전협정위반으로 보지 않고 있다.

종합적으로 북한 경비정의 NLL 통과는 영해침범이 아니라 월선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그러므로 남북 쌍방은 잠정적으로 평화통일 시점까지 서해5도 주변의 5해리를 섬 연안수역으로 인정하고, 그 나머지 수역에 대해서는 꽃게잡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 남북경협차원에서 공동어로협정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합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더구나 연평도의 어로구역 오염 때문에 어민들도 공동어로수역을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