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의 구속으로 이른바 ‘족벌체제’로 상징되는 언론사 2세경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대물림되는 2세 경영인들의 도덕성, 자질과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 필요성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
구속된 장 전 회장의 경우 도박 빚 상환을 놓고 회사 공금을 유용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1월 대한매일의 관련 보도 당시 사고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경영과 지면의 사유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일보는 고 장기영 사주에 이어 아들인 고 장강재 회장, 장재구, 장재국 회장 등이 경영을 맡아 왔다. 장기영 사주의 아들인 장중호 일간스포츠 대표이사는 한국일보 뉴미디어본부장, 상무 등을 거쳤다. 이밖에 2세 경영인들의 면면은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김재호 전무,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조희준 넥스트미디어그룹 명예회장 조민제 국민일보 상무이사 형제, 윤세영 SBS 회장-윤석민 SBSi 대표이사 등이다.
사주 2세들의 입사 이후 행보와 관련 언론계에서는 “언젠가는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주들의 부실경영으로 인해 ‘업계 순위’가 추락한 신문도 생겼다. 한국일보는 부채가 한때 5000억원에 달하기도 했으며 국민일보도 분사와 기구 재통합, 조석간 전환 등 부침에 시달렸다.
물론 이들의 ‘경영수업’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2세경영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이들의 경영능력을 검증하거나 경영책임을 물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 IMF 이후 정리 국면에 들어간 재벌의 절반 이상은 2세경영의 실패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언론도 이같은 문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잣대가 스스로에게 향하지 않았을 뿐이다.
IMF 이후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언론은 98년 족벌체제와 2세경영에 대한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족벌체제/일가 줄줄이 ‘회장님’/능력 검증 안된 2세 잇단 좌초 폐해도’ ‘소유·경영 1인체제/의사결정 과정 민주적 개혁 시급’(조선일보) ‘황제경영부터 타파하라/능력 검증없는 세습 “소유·경영분리 관건”’(한국일보) ‘오만한 황제-2세경영 부실낳았다’(동아일보)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들 보도에서 지적한 총수에 집중된 권력, 능력 검증 없는 세습 체제, ‘통과의례’ 주총과 ‘거수기’ 이사회 등으로 표현되는 의사결정 과정과 경영의 불투명성 등은 고스란히 언론사 2세경영의 문제로 대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국언론노조가 소유지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이라는 ‘해묵은’ 요구를 9대 개혁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언론노조는 “지면과 여론 사유화로 이어지는 언론에 대한 무제한적인 사적 소유는 시급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주식 공개가 안된 상태에서 언론은 여전히 소유가 대물림되는 ‘가내 비즈니스’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직접적인 규제 이전에 최소한 경영 투명성 보장을 통해 경영책임을 담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