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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주갈등 '경영권 분쟁' 비화

채권은행 "감자 안되면 기업개선약정 체결 어렵다"

박주선 기자  2002.07.18 10: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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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완전감자 등에 대해 주주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고 그 여파로 경영개선의 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채권은행단과의 기업개선약정 체결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주총을 열고 △완전감자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정관변경 등의 안건을 논의했으나 최대주주인 장중호 일간스포츠 사장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는 장중호 사장,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 대리인 윤국병 한국일보 부사장,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 대리인 배봉휘 부사장, 장재근 일간스포츠 회장 등이 참석했다.

채권은행단 관계자는 “감자 약속은 경영책임을 묻는 의미와 현 경영상태에 따른 회계처리상 꼭 지켜져야 한다”며 “감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자를 전제로 한 기업개선약정도 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연말까지 500억원을 증자하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생긴데 대해 “한국일보가 6월말까지 100억원 증자를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아 자구계획안 전체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진다”고 말했다.

장중호 사장은 주총 자리에서 완전감자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었던 데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감자는 채권단 결정 사항이고, 결정 과정을 이미 통보했다는 한국일보쪽 설명과는 엇갈리는 부분이다. 이에 앞서 장 사장은 지난 11일 한국일보 이사회에 ‘이사 해임 및 선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총 소집요청서를 보냈다. 이는 올해 초 장재구 회장 취임 당시 구성된 이사진을 해임하고,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것으로 15일 완전감자를 위한 주총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했었다.

이에 대해 장재구 회장측은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 이후 감자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5일 ‘신주발행공고’를 내고 210억원 상당의 증자에 들어갔다. 신주가액 납입기일(8월 6일) 직후 장중호 사장 등 기존 주주들이 실권을 하면 장 회장이 이를 인수해 증자에 단독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증자로 최대주주가 되면 곧바로 완전감자를 실시해 당초 계획대로 채권단과 기업개선약정을 체결하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또 장 사장의 주총 소집요구에 대해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법률 자문 결과 이사진 해임 요구시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며 “장 사장측에 주총소집요청서를 보완해 달라는 공문을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장재구 회장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라며 이행각서를 써놓고서는 이제 와서 감자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 사장측 공세 역시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주총을 서둘러 열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간스포츠 관계자는 또 “장 사장측이 한국일보 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완전감자 동의에 대한 조건으로 제시했던 일간스포츠 양수도대금 조정 등에 한국일보가 난색을 표하자 강수를 내민 것이다. 완전감자시 장 사장의 한국일보 지분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 한국일보가 최대주주인 일간스포츠 경영권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지난 6월 7일 ‘특혜’ 논란까지 빚으면서 한국일보 회생을 위해 마련된 채권단의 기업개선약정이 정작 내부 문제로 주춤하고 있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기업개선약정이 체결되지 못해 여전히 비싼 이자율로 이자를 내고 있다”며 “회사 회생을 위해 하루빨리 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