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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동아의 침묵

김 일  2000.11.03 2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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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진 언론인은 "동아일보의 저널리즘은 죽었는가"라며 통탄했다. 잇딴 의혹 제기에도 동아일보 간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론 인맥을 동원, 기사 막으려 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동아일보가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언론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나온 12일 김병관 회장의 담화문은 그래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날은 더욱이 김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직후였다. 회사 안팎에선 담화문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해석이 두 갈래로 갈렸다.



우선은 "밖에서 나돌고 있는 몇가지 악성 소문에 대해 유감&조직적 음해가 아니길" 대목을 진의로 평가하는 시각이다. 이는 '일치단결', '단합과 화합'으로 이어지는 어법을 자연스럽게 풀이한 방식임과 동시에 김 회장의 최근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 스탠스에 변화는 없는 셈이다. 비약하자면 대통령과 독대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기자들은 이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자들의 독법은 회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아울러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엄격히 관리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부분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왜일까. 담화문 말미 단 한 줄의 문장은 김 회장이 형식적으로라도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기자들은 이로써 회장이 속내를 드러내고 싶었던 '누군가'에게도 함축적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그 '누군가'가 답해야 할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