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로부터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물들, 그 중에서도 소위 실세들을 이너서클이라 하지. 언론이라는 ‘하이에나들’이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런데 기묘하게도 권력자는 스스로 진실을 기자에게 고백하는 수가 있어.”
30년 기자생활 동안 공개하지 않은 몇 권의 노트. 여기엔 한국의 정치 관료 기업의 이너서클이 기자에게 고백한 권력 세계의 이면이 담겨져 있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과 문화일보 사장을 역임한 손광식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대기자 취재파일’을 <한국의 이너서클>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후계 구도를 놓고 갈등을 빚다 노태우 태통령의 멱살을 잡은 YS, 신군부와의 밀착을 놓고 벌인 이병철과 정주영의 갈등 등 이너서클들의 황당하고 흥미로운 뒷 이야기가 에피소드 중심으로 실려있다. 특히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언론인, 96년 중앙 지국장의 조선 직원 살해사건을 바라보는 권력자들의 시선, 경제관련 보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에서 권력자들의 언론관을 들여다보는 일도 흥미롭다.
에피소드 한 토막, 동아일보 전직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동아일보 상속비화’. “김병관 회장은 만자 선생(고 김상만 동아일보 회장)의 장남이지만 눈밖에 나 있었지. 일찌감치 차남 병건씨를 후계자로 점찍었던 거지. 그런데 만자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경영체제에 대한 지침이 남겨지지가 않았어. 자연스레 대통은 장자인 병관씨에게 넘어간 것이지… YS는 언론계의 발목을 잡으려고 신문사 세무조사를 시켰지. 비자금 보너스 세금처리 등 세무변칙 처리가 잡혔지.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사안으로 병관씨는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아낼 수 있었어. 자신이 사장이 되기 전까지 일체의 경영권 행사에는 동생 병건씨만 참여했기 때문에 그를 화살받이로 밀어낼 수가 있었어.”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