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임명된 어경택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기자들의 신임투표 결과, 55%의 찬성으로 후임 국장에 확정됐다.
단체협약에 따라 지난 12일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어 국장은 재적인원 233명(투표율 97%) 가운데 130명 신임, 95명 불신임 표를 받아 55%의 찬성률로 신임투표를 통과했다. ‘편집국 기자 재적인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이라는 신임투표 통과 기준을 가까스로 넘긴 셈이다. 역대 신임투표에서는 최규철 논설주간이 편집국장 시절 53%를 받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같은 수치가 보여주듯 앞으로의 어 국장 체제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선 기자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출발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면 제작 과정에서 기자들과의 마찰이나 반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 국장에 대해 불신임 표를 던진 기자들 상당수는 무엇보다 어 국장의 보수적인 논조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한 기자는 “이현락 전 편집인과 함께 동아일보의 보수 논조를 이끌어왔던 어 국장의 취임은 대선을 앞두고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선을 5개월 여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편집국의 수장을 바꾸는 것은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특히 논설실장 등을 역임하며 보수적 색채가 짙은 칼럼을 주로 써온 어 국장을 편집국장에 임명한 것은 대선 국면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일선 기자들의 시각이다.
한편 어 국장에 대한 불신임 표가 역대 신임투표에 비해 높게 나온 것은 어 국장 개인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회사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기자는 “경쟁사에서는 인력충원, 인센티브 등으로 사기를 올리고 있는 반면 동아일보는 기자 평가제 도입 등 기자들을 옥좨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분위기 쇄신이라는 기대와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은 신임투표 통과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재신임에 들어갈 경우 기자들간의 편가름 심화와 혼란이 우려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자들은 어 국장이 이끄는 동아일보의 향후 지면 색깔에 대해서는 대체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현락 전 편집인이 퇴진한 이후 동아일보 지면이 바뀔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이많았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처럼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기자들은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동아일보가 어떤 보도태도를 취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어 국장은 신임투표 통과 후 가진 취임식에서 “올해 대선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며 “산술적인 평균이 아니라 누가 잘못했는지를 명확하게 가려내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언했다.
어 국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1967년 대한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 경향신문을 거쳐 75년 동아일보에 입사했으며, 문화부장, 사회부장, 출판국장, 논설실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