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에 변화 여지는 있는가. 최근 서해교전과 일련의 진행상황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이 대결주의적 시각을 고수, 논의의 장을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남측이 불리한 것은 북측에 유리한 것’이라거나, 승패 위주의 보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태도는 최근 북측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지난 26일자 사설에서 “도저히 사과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해교전을 ‘남북 공동의 책임’으로 호도하고 있는 듯한 북측의 전화통지문에 대해 현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창극 중앙일보 이사는 지난 15일 칼럼에서 ‘6·25 재판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이사는 북한과 동조자들의 ‘북침설’, 남침할 수밖에 없는 내적 상황이 있었다는 수정주의를 거론하며 “서해교전 후 우리 어선이 월선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진 듯한 보도가 나왔다. 우리가 6·25 때 북침을 했을 것이란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8월호에서 조갑제 편집장은 “내전적 상황의 재판을 막기 위해 이번 기회에 김대중 정권이 집권 이후 벌여온 대한민국에 대한 도전적 행위를 놓고 헌법과 힘의 지혜를 빌어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법에 따르면 △NLL 문제 등 사태 발발의 원인에 대한 조명은 여전히 친북적 접근이 되고 △공동 책임을 논할 수 없기 때문에 공동의 해법 모색도 타당하지 않으며 △‘응징’에 대한 남측 내부 의사의 집결만이 중요하게 된다. 논의의 여지도 풍부해질 수 없다. 사태의 원인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그렇다면 북측에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당신들은 무국적자냐’는 식의 반문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단국가의 언론으로서 남북을 등거리에 놓고 보는 시각 교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양문석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연구실장은 “북측 도발에 대한 단호 대처, 응징론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99년 서해교전 사태에서 판명났다”고 지적했다. 99년 당시에도 언론은 재발방지를 위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북의 군함을 밀어내자 ‘연평대첩’ ‘연평해전 승리’ 등으로 평가했다. 99년의 ‘승리’에도 불구,올해 서해교전이 재발한 것은 결국 언론의 강경 대응이라는 처방이 해결책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양 실장은 “서해교전 보도는 개전·행위 중심의 보도가 아닌 원인에 대한 언론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냉전적 보도틀이 아닌 평화적 보도틀의 정립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