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의정부에서 지국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에게 판촉을 맡기라”고 찾아온 이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문 판촉권을 요구한 무리들은 지난해 11월 검찰이 판촉활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잡고 구속시킨 그들이었다.
지난해 검찰 구속 이후에도 판매시장의 조직폭력배 개입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당시 구속된 ‘영등포 북부동파’ 행동대장 등 4명 중 3명은 지난 5월경 풀려나와 ‘아파트 입주 전문요원’ 활동을 재개했다. 이들은 700세대 규모의 의정부 금호택지 내 현대아이파크 입주가 시작된 6월 전후 지국을 돌며 판촉권을 요구했다. A씨는 “지난해 구속 사건 직전에도 같은 요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거부했었다”며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을 누가 건드리겠는가. 이번에는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0일부터 2500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된 영등포 대우드림타운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국장 B씨는 “이 지역에서 지국을 운영한 지 4년째인데 그동안 입주팀이라 불리는 조폭들을 3번 만났다”면서 “‘여기서 안하면 경쟁지국만 하겠다’고 협박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우드림타운의 한 관리인은 “입주가 시작되면서 다 쓸어갔다. 입구에 선풍기 싣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신문판촉원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6월말 활동을 정리하고 또다른 곳으로 향했다. 의정부에서 활동한 이들 역시 영등포를 근거지로 한 같은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일선 지국장들에 따르면 이른바 조폭들의 판매시장 개입 양상은 달라진 바가 별로 없다. 아파트 입주에 앞서 “우리에게 맡기지 않으면 확장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지국에 판촉권을 요구한다. 판촉을 맡기지 않은 지국은 확장을 포기해야 한다. 판촉을 맡길 경우 먼저 확장여부와 상관없이 입주세대 당 1000원의 식대를 책정한다. 여기에 부수당 3만∼5만원의 확장비와 경품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한 지국장은 “조폭들에게 맡기지 않아도 고정독자가 있어 100부 정도는 기본적으로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돈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비용’의 여지는 또 있다. 판촉활동 과정에서 확장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지국장은 “더 달라는 돈을 안주면 구독 독자를 다른 신문으로 돌리거나 아예 ‘없던 일’로만들어버려 안 줄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조폭들은 입주 초기 통상 10∼15명 정도가 한팀으로 활동한다. 같은 지역에서 다른 팀들이 충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천팀, 경기남부팀 식으로 관할구역을 둔다는 설명이다. 지국장들은 “부천 용인 등지에도 이미 조폭들이 휩쓸고 지나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