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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기자 재임용 저지 관철…윤리위 설치·국장 직선까지

스포츠조선 노조 '화려한 성과'

김상철 기자  2002.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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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조선 노조의 제작거부, 편집국장 경질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두 후보는 전임 국장의 양팔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지난 23일 스포츠조선 3층 연수실은 밤 12시가 다 되도록 질의 응답이 계속됐다. 편집국장 직선투표에 앞서, 5명의 후보가 참여한 정견 발표회에서는 기자들의 ‘아픈’ 질문들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스포츠조선 지부(위원장 이영식)의 ‘비리기자 재임용 철회 투쟁’이 이같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부장 이상을 대상으로 기자들의 투표를 통해 회사가 다득표자 2명 중 1명을 국장에 임명하는 편집국장 직선제, 비리로 윤리위에 회부된 사원의 징계 의무화 등 괄목할 성과는 ‘기자윤리’ 정립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데서 비롯됐다.

지난 7월 10일 영화담당 기자 수뢰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기자 2명을 회사가 재임용하자 지부는 곧바로 철회성명을 발표하고 11일부터 집행부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재임용 발령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8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15일 “인사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며 철회할 뜻이 없다”는 사측 입장을 재확인하자 지부는 18일 ‘불법 제작거부’를 단행했다. 아울러 조합원 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인사 철회 △사장의 공개 해명과 사과 △편집국장 등 인사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제작거부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취재기자들도 속속 대열에 합류, 참가자 수는 80여명으로 늘었다. 20일 검찰의 연예계 비리 관련 수사 확대와 맞물려 지부는 요구사항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날 오후 송형목 사장과 협상에서 △비리 당사자는 편집국이 아닌 타국 전출 △편집국장 문책 인사 △인사개선 특별기구 설치 등을 요구한 것이다. 송 사장은 협상 과정에서 “인사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발언, 지부는 협상의지가 없다고 보고 결렬을 선언했으며 이영식 위원장은 사장실 앞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결국 21일 회사가 25일자로 비리기자 2명과 편집국장을 문화사업국으로 발령하자 지부는 논의 끝에 합법 투쟁을 선언, 제작복귀를 결정하고 협상을 재개했다.

21일 밤과 22일 재개된 협상에서 회사는 지부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해 △편집국장 직선제 △윤리위 가이드라인 규정 △월 1회 노사간담회 정례화 등에 합의했다. 이어 24일 첫직선투표를 실시, 조석남 부장이 편집국장직대로 확정됐다.

이영식 위원장은 “기자윤리 확립을 위한 노력이 편집국 인사의 난맥상 타파와 편집권, 경영권 분리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져 이같은 성과를 내올 수 있었다”며 “노사합의문의 화려한 조항은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노사가 함께 해야 할 진정한 투쟁은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실제로 편집국장 후보 정견 발표회장에서 “연예 데스크를 맡은 뒤로 대가성 촌지는 받은 적이 없다”던 윤태섭 부국장은 연예비리 수사와 관련 지난 30일 구속됐다. ‘진정한 투쟁’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