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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안테나] "취재 통한 정보 사용목적 본인 통보해야"

일본 미디어관련법 언론-정부 대립

해외안테나  2002.07.31 14: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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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천 전 기자협회보 차장·게이오대 정책미디어 대학원



일본의 언론보도에서 정치 스캔들 기사나, 특종 보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일본 정부가 입법 추진중인 개인정보 보호법이 통과된다면,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에 대해서도 사용목적과 사용처를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의 동의없이는 취득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없어 사실상, 내부 고발 등이 어렵게 된다.

이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와 언론계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인권보호법과 함께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미디어 규제 법안들에 대해 언론노조뿐만 아니라 일본신문협회, NHK, 일본민간방송연맹, 일본잡지협회 등 언론관련 조직들까지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신문노조와 언론학계는 정부가 ‘청소년유해사회환경보호법’과 함께 ‘미디어 규제 3법’을 통해 언론계를 통제하려고 한다고 법안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이 법은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독점해,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 입법의 취지이다. 1980년부터 시작된 논의는 정부의 개인정보 악용 방지가 아닌, 민간의 개인정보 이용 통제로 본말이 전도된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즉 개인정보를 다루는 개인 및 단체는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주요 골격이다. 물론 언론사도 개인정보를 취급하므로 대상 단체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손해배상의 근거로도 적용될 소지가 많아,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취재원이나 내부 제보자에게도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보도기관이 보도목적으로 입수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이는 언제든지 언론을 옥죄는 정치권의 전가의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반대측의 주장이다.

또 보도에 해당되는가에 대한 판단여부가 행정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것도 큰 문제다. 예를 들면 사진주간지가 정치가의 여성 스캔들을 보도했을 경우, 정치가가 보도목적이 아닌 흥미 위주의 기사라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법 조항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보도와 관련된 문제라면 ‘인권침해법안’은 기자의 취재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기자의 탐문취재 등이 이 법에 의해사실상 봉쇄되게 된다. 법안은 보도에 의한 인권침해의 대상으로 공인 개인의 구별없이 범죄피해자,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의 가족 형제자매, 소년 범죄자를 들고 있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통로가 사실상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권침해 행위로 밀착취재, 전화, 팩스에 의한 취재요청 등의 취재행위를 과잉취재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 발표 이외의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만다.

청소년 보호법이 통과되면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정부의 간섭이 가능하게 될뿐만 아니라 제작자체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하지만, 유해환경을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성적 폭력적인 이탈행위와 잔혹한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적용대상을 주요 방송에 맞추고 있다는 것은 자민당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