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야기 좋아합니까? 한여름 무더위 식히기에 맞춤한 괴기소설 한편을 소개합니다. 괴기소설이라고 마구 싸구려려니 생각지는 마십시오.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입니다. 독일 낭만문학의 전성기가 낳은 천재작가라고 말해지는 E.T.A. 호프만(1776∼1822)의 대표작입니다.
‘악마의 묘약’. 제목도 그럴 듯 하지요? 메다르두스란 수도승이 빅토린 백작과 서로의 삶을 교환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정욕과 광기, 살인과 간통, 근친상간 등 우리 속에 감춰진 악한의 모습이 선연하게 드러납니다. 소설은 18세기 괴기소설의 전형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보들레르, 애드거 앨런 포 등 서양 근대문학의 시원을 이루는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배문성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없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최일도
소위 ‘가진 자’들의 전횡과 횡포 때문에 상심이 큰 요즘, 잘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업적을 자랑하는 책이 넘쳐나는 요즘, 휴가 때만이라도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
시인 목사로서 수녀를 아내로 맞은 사람, 청량리 588 사람들의 친구로, 상처받은 이들의 애인으로 널리 알려진 최일도 목사의 자서전이다. 피붙이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은 노숙자, 부랑아, 걸인들에게 조건 없이 무료로 점심을 나눠주면서 겪는 보람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까지도 읽을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곧 예수님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성경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최일도 목사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이 가지려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몸부림치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다. 나신하 KBS 문화부 기자
원작 재해석…새 이야기 전개
‘오페라의 유령2’ 프레드릭 포사이드
형만한 아우 없고 1편 만한 속편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다.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2-에릭의 부활’은 그런 즐거운 예외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오페라의 유령2’는 미국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품격 높은 사랑의 드라마이다. 작가는 르루의 원작에서 고통 속에 사라져버린 에릭이 실은 밀항선을 타고 미국으로 옮겨왔다는 가정 아래 새로운 이야기를전개한다. 작가 포사이드가 이 소설에서 소설적 흥행을 위해 마련한 장치들, 이를테면 에릭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라든가, 또는 크리스틴의 남편 라울이 고자였다는 점, 악마의 얼굴 속에 숨긴 에릭의 깊은 부성애 등에 무릎을 치며 짜릿한 감동을 얻을 것이다. 여름 휴가 하루 정도는 행복하게 채워 줄 소설이다.
김태훈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 드라마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 심산
작가 심산이 국내외 산악문학 24권을 엄선, 리뷰한 책으로 자연에 도전한 인간 드라마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알피니즘의 개념을 송두리째 흔든 앨버트 프레드릭 머메리, 8000m가 넘는 산 14개를 모두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 5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최초의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 등 세계적 산악인과 백두대간을 종주한 최초의 여성 산악인 남난희, 아이거북벽 등반기록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정광식 등 국내 산악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봅 랭글리의 ‘신들의 트래버스’, 자크 란츠만의 ‘히말라야의 아들’ 등 산악 장편소설도 소개돼 있다. 미지를 향한 모험과 개척정신, 극한 상황에서 마주친 인간의 실존이 책 안에 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재미와 독자에게 간접 산행 경험을 선사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박광희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한국사회에 대한 우정어린 비판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균형잡힌 논리로 묘사한 박노자 교수의 책들을 읽고 나면 놀라움이 앞선다.
“과연 이 사람이 귀화 외국인 맞을까?”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우리가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했던 치부에 대한 전면 비판을 시도한다. 뼛속 깊이 새겨진 국가주의 심리, 숨막히는 집단주의, 패거리 문화 등을 다원주의적 시각으로 우정어린 비판 속에 가장 정확히 바라본다.
대한민국 기자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글로벌하면서도 순수한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박노자 교수의 이야기는 충분히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그리고 북유럽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노르웨이 사회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박노자 교수의 또 다른 책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도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