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개발아젠다’(DDA)로 불리는 WTO 서비스 협상이 시작되면서 언론시장 개방에 대한 각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대만, 미국 등에서 통신사(뉴스제공업)와 일간신문 및 정기간행물 등 인쇄출판물의 전면 개방과 방송분야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종료된 뒤 재개된 이번 협상은 오는 2004년 12월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고 2005년부터 시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지난 6월 30일까지 해당 국가에 개방을 요구하는 ‘양허 요청안’을 제출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내년 3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한국언론시장 개방을 요구한 나라들은 통신시장의 경우 현재 유럽연합과 대만 특히 영국의 로이터사가 ‘내국인 동등수준’의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통신사만 가능한 외국통신사의 뉴스 공급을 직접 국내 언론사와 계약할 수 있도록 풀어 달라는 것이다. 또 현재 25%까지 외국인 투자가 허용돼 있는 소유지분 제한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쇄출판물의 경우 주로 국내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은 현재 일간신문이 30%, 이를 제외한 정기간행물이 50%다.
방송분야는 미국과 대만이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에 대한 전면 개방과 케이블 및 위성방송의 외국방송 재송신 비율 제한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는 현재 지상파가 20%, 비지상파가 50%며 외국방송 재송신 비율 제한은 10%다. 이외에 현재 전면 개방돼 있는 광고분야에서도 미국이 방송광고공사(KOBACO) 시스템을 문제삼고 있다. 미국은 방송광고공사의 판매대행으로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며 방송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판매독점 제도를 폐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등 해당 부처에서는 현재 수준보다 개방 범위를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협상에서 언론분야에 대한 개방 불가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협상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국언론노조 김광범 정책실장은 “언론시장 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하지만 언론이 갖는공익적 성격을 감안할 때 무조건 시장원리에 맡길 수는 없다”며 언론시장 개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통신시장이 개방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연합뉴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외국통신사와 개별 접촉해 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인식도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개별 계약으로 인한 경쟁으로 비용만 상승, 국가적으로도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SBS가 외자유치를 위해 지상파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설이 방송가에 퍼지면서 타방송사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한 나라는 거의 없고 이를 구체적으로 요구한 나라도 없다. SBS의 주가상승 등을 고려한 소문에 불과하다”며 “그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프로그램 개방 압력으로, 협상 여하에 따라 미국에 대한 컨텐츠 의존도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