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 사건을 보도하면서 김대업씨 주장과 검찰 수사 관련 기사는 축소하고 한나라당 입장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김대업씨의 테이프 제출과 관련 대부분의 신문이 테이프 내용과 의미, 쟁점 사항, 진위 여부, 수사 방향 등을 비중있게 다뤘으나 세계일보는 1면 ‘진위싸고 논란’ 5면 ‘등장인물들 청탁의혹 부인’ 등 테이프의 진위 여부 논란과 의혹만을 보도해 대조를 이뤘다.
앞서 세계일보는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아들 정연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연루됐다는 김대업씨의 폭로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지난 1일에도 이를 23면 하단에 간단하게 처리했다. 또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보도가 주를 이룬 지난 5일에도 세계일보는 한나라당이 병역수사 검사를 고발했다는 내용만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특히 지난 7일 동아 조선 중앙 한국이 취재해 보도한 김길부 전 병무청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가판에서 간단하게 처리했다가 시내판에서 1면과 3면 상단을 털어 대대적으로 보도해 눈총을 샀다. 이와 관련 세계일보 편집국 한 기자는 “우리가 직접 취재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 신문 가판 기사를 대부분 베꼈다”며 “김대업 주장은 축소하면서 ‘병역 조작 관여 안했다’는 김길부 주장만 크게 키우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편집국 다른 한 기자도 “법조팀에서 검찰 수사 발표를 송고해도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나라당 입장만을 부각시키고 김대업씨의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 내용은 축소하는 등 편파보도가 심각해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 임국현 사회부장은 “병역 의혹 문제가 정치권의 정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김대업씨 테이프에 대한 위조 논란도 벌어지고 있어 이번 사안을 크게 다루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