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 김대업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보도’가 언론사 별로 확연히 갈리고 있다. 양적으로는 대부분 1개면 안팎의 관련기사를 실었으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은 녹취록 내용 보다 테이프의 진위 논란을 앞세웠다. 반면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테이프 내용과 검찰 수사 진전 상황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는 지난 5월 이른바 ‘최규선 테이프’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지난 13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은 1면에 ‘김대업 테이프 진위 논란’ ‘김대업씨 제출 테이프 진위싸고 논란’ 등으로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녹음테이프 진위 여부 더욱 아리송’(조선) ‘의혹만 키운 테이프 제출’(동아) 등의 사설과 ‘녹음상황·편집여부가 쟁점될 듯’(조선) 식의 관련 기사로 이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또 녹취록 내용보다는 신뢰성, 여야 공방 등을 주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검찰, 김대업 녹취록 분석 착수’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다뤘으나 ‘헷갈리는 김대업 녹취록’ 사설에서 “테이프의 진정성과 내용의 진실성이 핵심인데 지금껏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겨레는 ‘한인옥씨한테 돈받고 면제 도와/국군병원 전 원사 진술녹음 제출’ 1면 기사를 비롯해 ‘한인옥씨 청탁 구체정황 증언 파장’ 등 테이프 내용을 중점 보도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도 테이프 진술 내용과 검찰 수사 방향, 정연씨의 병적표 오기 내용 등을 묶어서 보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병풍수사, 진실규명이 최우선’ ‘새 국면 맞은 병역비리 의혹’ 사설에서 “병역비리 의혹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5월 최규선 테이프 보도와 관련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1면을 비롯 3~4개면에 걸쳐 테이프의 내용과 쟁점 파문 등을 주요하게 다뤘다. 사설을 통해서도 조선일보는 “최씨가 녹음테이프에 담은 이야기들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 있을 ‘사실’들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녹음 테이프의 모든 내용을 과대 망상의 헛소리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어렵다.녹음 테이프에서 진실과 과장을 가려내는 것은 검찰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들 신문들은 당시 테이프에 거론된 인사들이 관련 내용을 부인했고 ‘밀항 권유설’ 등의 진실이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최씨 주장을 주요하게 보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