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유권은 결코 양질의 신문을 보장하지 않았다. 지난 시절 많은 발행인들이 극단적인 공격을 자행했고, 갖가지 경쟁적인 책략을 썼다. 판매전쟁이 바로 그랬다. 발행인들은 종종 정치에 뛰어들었으며, 신문까지도 정치판에 휩싸이게 했다. 또 발행인들 대부분은 보수적인 지배계급의 견해를 그대로 공유했다.”
고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이 지난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가족 소유의 언론적 가치’라는 글 중 일부다. 이같은 내용들은 남북전쟁 전후, 과거 시절의 문제로 거론한 것이었다. 부친의 대를 이어 워싱턴포스트를 맡은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은 가족소유 언론의 가치로 기자 지원, 취재시스템 개선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재정적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워터게이트, 펜타곤 페이퍼 사건을 예로 들며 정부 압력에 저항하고 언론자유를 지키는데 필요한 독립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신문의 ‘현재’가 어디쯤 걸쳐 있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뉴욕타임스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는 지난 2000년 ‘올해의 발행인’에 선정됐다. 설즈버거 2세는 92년 취임 이후 공격적인 경영으로 발행부수와 광고수익을 올렸고 6개 섹션과 4개 컬러 체제 도입 등 편집에도 혁신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언론재단에서 발행하는 <해외언론동향> 2000년 8월호는 이같은 내용을 다루며 “뉴욕타임스의 극적인 신장 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그 모든 변화의 와중에서도 편집방침은 침해되지 않고 그대로 보전되어 왔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편집국과 다른 부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해지도록 격려하는 한편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애썼다”는 것이다.
기자협회가 전국 기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립기념 설문에서 2세경영에 대해 응답자의 30.1%는 ‘경영능력이 검증된다면 2세 3세란 이유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소유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은 69.0%였다. 그렇다면 현재의 신문 위상이 온전히 경영능력을 반영하는가. 이론도 적지 않다. 한 신문사 고위 관계자는 “이른바 ‘메이저’의 지위를 유지하는 신문사의 경우 사주 개인의 능력 보다는 지난 10여년간 고착돼온 신문시장의 독과점적 지위에 힘 입은 바 크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 경영능력은 언론관과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영에만 전념하건, 경영과 편집을 총괄하건 이는 결국 언론사 발행인으로서 언론관과 무관치 않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사주 메모’를 통해 사원들에게 회사 현황과 경영방침을 수시로 알리듯, ‘공개’와 검증 없이는 책임도 물을 수 없다. 경영방침, 언론관의 투명한 공개와 공유, 이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이 ‘건전한 2세경영’의 관건으로 거론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