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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원내 제1당'과 '국감'

우리의주장  2002.08.21 13: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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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얻었다는 원내 제1당이 할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장차 집권당이 되겠다는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을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얼마전에 밝혀 언론사 언저리에 사는 이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유인즉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를 문화방송이 공격적으로 다뤄 편파보도했다는 논리다.

문화방송은 잘 아는 대로 정부가 출자한 방송문화진흥회가 다시 출자해 만든 상법 상의 주식회사다. 상법 상 주식회사를, 그것도 언론 기능이 강조되는 방송사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어색한 일이다.

국회도 이 점을 충분히 감안, 재투자기관인 문화방송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지 않고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 때 문화방송 관계자를 초치해 간략히 업무보고를 듣는 형식을 취해왔다.

그런데 정당에 불리한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국정감사라는 ‘채찍’을 들어 상대의 입을 재갈 물리려는 것이다. 가당치 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국회가 제정한 ‘국정감사와 조사에 관한 기본 법률’의 기본적인 자구를 독해할 능력이 한나라당에 없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니 모른 척 법 조문을 읽어줄 수밖에. 국정감사의 대상기관은 정부조직법 기타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한국은행·농업협동조합중앙회·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지방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감사 대상기관 등이다.

한나라당 ‘편파방송 대책특위’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법을 개정해서라도” 문화방송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문화방송사를 직접 찾아가 사장에게 항의의 뜻을 전했고 특위는 이 회사를 포함한 네 방송사에 “최근 병역관련 방송이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보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항의서한을 보내 꾸짖었다 한다.

법률을 개정한다면 한나라당이 어떤 방법으로 이를 구체화할 지가 사뭇 궁금하다. 400여개에 이른다는 다른 재투자기관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문화방송만을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절묘한 방안이 있는 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문화방송이 방만한 재정 운영을 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비호할 여지는 없다. 그건 그것대로 풀 문제이다.

맘에 안 든다고 법 논리를 뛰어넘는 엄포를 늘어놓는 것은 점잖치 못하다.

듣기로 한나라당은 방문진법과 감사원법을 고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인데 그마저 간단치 않다. 법률적으로 뒤틀려져 헌법소원 등 쓸데없는 파장을 부를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기왕에 ‘정책은 내놓지 않고 집권당이 내놓은 정책에 발뒤축이나 거는’ 한나라당이라는 비아냥이 시중에 팽배하다. 원내 제1당에 걸맞은 무게를 갖출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