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영권 문제가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을 최대주주로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지난 20일 기업개선작업에 대한 노조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계획이행약정서’(MOU) 체결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6일 완료된 증자에서 장재구 회장은 동생인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과 함께 각각 약 50억원씩을 출자하면서 총 51.4%를 확보, 과반수의 지분을 차지했다. 최대주주였던 장중호 일간스포츠 사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증자에 불참했다.
이로써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50%이던 장중호 사장측 지분은 30% 이하로 떨어졌고 한국일보의 자본금은 15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늘어났다. 양측의 경영권 다툼도 일단 장재구 회장의 ‘승리’로 정리가 됐다.
이에 따라 장재구 회장은 곧이어 실시될 감자 및 증자 후 한국일보의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되며, 관계회사에 대해서도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장 회장측 우호지분이 70%가 넘는 서울경제신문은 물론, 한국일보사와 장재구 회장측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코리아타임스, 소년한국일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간스포츠의 경우 한국일보사가 현재 33.63%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로 있지만 향후 장중호 사장이 경영권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일보사는 지난 6일 일간스포츠 증자에 불참해 지분이 47.08%에서 33.63%로 줄어든 반면 장중호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국미디어그룹은 증자에 참여, 26.06%의 지분을 유지했다. 한국일보사 관계자는 “현재 일간스포츠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고, 증자에 참여할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채권단과의 약속대로 오는 23일 주총을 열고 100% 감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 주주의 지분은 완전 소멸되며, 고 장기영-장강재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자로 지목됐던 장중호 사장 역시 한국일보에서 손을 떼게 된다.
물론 감자 결의를 위해서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중호 사장이 주총에 참석해 감자를 반대할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앞서 증자에 불참한 것을 볼 때 더 이상 ‘지분 경쟁’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향후 지분 구도에 대해 한국일보측은 “장재구 회장과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이 9월 25일까지 100억원 증자에참여해 50억원씩 출자하고 50%씩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구 회장이 연말까지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고, 채권단과 출자전환을 합의한 상태인 만큼 지분 변동이 생길 여지는 있지만 장재구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본 틀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일보는 채권단측에 제출할 노조 동의서 문제로 노사간 이견을 보이다 지난 20일 노조가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MOU 체결에 속도를 붙였다. 노조는 동의서에서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추진하는 기업개선작업에 동의한다 △구조조정이 필요할 경우 최대한 협조한다 △구조조정을 진행함에 있어 신문제작에 지장을 주는 쟁의행위를 자제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채권단이 약 일주일 후 약정서 초안을 회사로 보내면 검토를 한 뒤 이달 안으로 양측이 MOU 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