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혜택은 기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손가락 아프게 글을 쓰는 대신 컴퓨터 자판기만 두드리면 된다. 현장에서 기사는 물론 사진까지 곧바로 보낸다. 취재원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누구도 건들지 못한 기사를 쓰기도 한다.
e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하면 동료들과 언제, 어디에서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자사는 물론 타사의 기사 속보 상황도 내 손안에 있다. 보도자료는 물론 독자 제보도 실시간으로 받는다. 한마디로 다양한 뉴스 소스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편한 만큼 괴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소화해야 할 기사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의 절대량과 독자의 정보 욕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획기사 또는 특집기사의 분량이 많아졌으며 인터넷 독자를 위해 덤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도 있다. 현장을 지키는 기자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보도자료만 열심히 보내는 기자가 부쩍 늘어났다.
압박감도 가중됐다. 경쟁에 초연하거나 경쟁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는 별종(?)이 아닌 담에야 아무래도 긴장의 끈을 조이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강요한다. 무엇보다 기자들은 감시의 눈초리가 괴롭다. 예전 같으면 하루 서너번 유선 전화로 보고하면 그만인 것을 끊임없이 정보를 올려야 한다. e메일이나 휴대폰문자메시지(SMS)까지 이용해야 한다.
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데스크나 팀장의 휴대폰 벨소리는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동영상을 보여주는 IMT-2000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그야말로 ‘꼼짝마라’다. 독자의 문의나 항의가 e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스팸메일 수준으로 들어온다. 데드라인에 걸려 미칠 지경인데 느닷없이 휴대폰이 울리고 “IT의 약자가 뭐예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래저래 피곤해졌다.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왔다. 모처럼 여유를 즐겼다. 그런데 울리지도 않은 휴대폰을 넣은 호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착각이다. 휴가의 즐거움이 휴식 때문인지 IT와의 단절 때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