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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다만 온몸으로 기사 써라"

백담사 오현 스님 '산중' 메시지 보내와

박주선 기자  2002.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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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쓸 때도 참기름 들기름이 지지지 끓듯 온몸으로…, 다만 온몸으로…”

백담사 오현 스님이 보낸 기자협회 창립 38주년 축하메시지 마지막 부분이다. 오현 스님은 “나이 38세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나이 38세가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 보라”며 일침을 가했다. 창립 축하메시지에 담긴 오현 스님의 쓴소리를 요약 소개한다.

“늙은 산지기 이 사람은 첩첩산중 불향산곡에서 매일 중앙일간지 3개, 지방일간지 4개를 정독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저를 두고 신문에 중독된 중환자라고 중얼거립니다.

이 사람은 30여년 전에 시조 한 수를 지상에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1970년 방문(榜文)’ 진작 다 알고도/말 한마디 하지 않고//산중에 혼자 앉아/채식만 한 탓이리//요즘은 신문을 펼쳐도/온몸에 번지는 두드러기.

신문사 편집실에 정보원이 출근하던 시대나 출입이 금지된 오늘이나 신문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신문사 사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졌다고나 할까. 오늘의 신문도 또다른 반점이 온몸에 돋아나게 한다는 말씀입니다. (…) 흙덩이를 던지면 개는 흙덩이를 쫓고,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는 사람을 뭅니다. 개는 어리석은 사람, 사자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흙덩이를 쫓는 개가 되지 말고, 흙덩이를 던지는 놈을 물어뜯는 사자가 되십시오.

나이 38세를 자축할 것이 아니라 나이 38세가 되도록, 내가 기협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 보시길,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성추행이라는 것이 중생심이니, 앞산은 첩첩하고 뒷산은 중중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