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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문제 여전히 성역

박주선 전관석  2002.08.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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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재국씨 도박 사과 없어

매경 ‘총리 만들기’ 전사적 지원





일부 언론이 자사 사주와 관련된 사안에는 보도원칙과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장재국 전 회장이 지난 22일 재판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장존 명의로 거액 도박을 했음을 시인했지만 관련보도나 사과문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우선 도박에 대해 비판적이던 기존 보도 잣대에 비춰볼 때 형평에 맞지 않다. 한국일보는 ‘기업인의 도박과 도덕경영’(2001.9.27)이라는 사설에서 “신안그룹의 박순석 회장이 거액의 내기골프와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적지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며 “기업인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정당하지 못하고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도박 행위로 경제흐름의 물을 흐린다면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도박병리 심각하다’(97.8.23) ‘이 도박열병 어디까지’(97.4.25)라는 사설에서도 도박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간 지면에서 ‘장존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다 정작 장 전 회장의 진술로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침묵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깝게는 지난해 11월 대한매일이 “미국에서 해외원정 도박을 벌인 장존은 장 전 회장”이라는 보도를 하자 한국일보는 같은날자 1면에 사고를 내고 “대한매일이 보도한 로라최 인터뷰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한국일보사와 장 회장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이와 관련, 회사측 한 관계자는 “구속됐을 때 사과문 게재 얘기가 나왔다가 본인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늦춰졌다”며 “개인적으로 사과하는 게 옳다고 본다. 실기한 면이 있다. 선고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9일 장대환 전 사장이 총리서리로 지명된 이후 사실상 장 총리지명자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 총리 지명자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 오히려 지면을 대폭 할애해 장 총리 지명자를 둘러싼 의혹을 일일이 반박하는 등 언론의 정도와는 거리가 먼 처신을 한 데 따른 지적이다. 장남 국적문제, 학력 허위기재 등의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던 장상 전 총리 지명자 때 보도와 비교하더라도 대조적이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한국 정서상 자사 사주나 경영진이 특정 문제에 연루됐을때 공정보도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그렇더라도 사안에 대한 정확한 사실 보도는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공판내용이나 장 총리 지명자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은 그대로 전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국장은 “자기 비판이 없는 언론이 남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엄격해야 비판도 설득력을 얻는다”며 “언론이 스스로 깨끗하지 못하고 스스로 비판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권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