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통폐합, 현실인가 이상인가. 지역언론 정상화와 관련 신문사간 통폐합 문제가 일부 거론된 데 이어 이른바 ‘중앙지’ 통폐합을 통한 신문시장 정상화 의견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언론시장의 카르텔과 이에 따른 여론독점 현상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대통령 선거와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 “언론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선거에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인위적인 교정 없이는 기존의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약간 진보적인 색채를 띠는 대한매일, 경향신문, 비교적 중립적인 한국일보 등이 폐간되거나 합쳐져서 하나의 거대한 신문을 만드는 것만이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잡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해당사 “현실 모르는 얘기”
정서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실현 가능성 없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경향신문 대한매일 한국일보 관계자들은 대부분 “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가장 큰 요인은 각사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강기석 편집국장은 “기본적으로 소유구조와 편집방향, 재무구조, 인력구조 등 각사가 처한 상황과 지향이 다른데 통폐합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한매일 최홍운 편집국장 역시 이같은 문제를 거론하면서 “오히려 하나가 되면 언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각 신문사가 대변하는 목소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재무구조 개선, 조직 정비 등도 ‘실무적인’ 문제로 거론됐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통폐합을 한다면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방대해질 조직을 어떻게 정비하느냐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매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신문이 통합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M&A하려면 부채도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들은 현실적으로 각사가 ‘각개약진’을 통해 ‘자기 색깔 찾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성격과 지향이 다른 신문사 간 통폐합은 적절치 않으며,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모아진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또하나의 강력한 신문’을 기대하는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지금은 각 신문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자리를 찾는게 더 중요한 현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심스런공론화 의견도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선 현실성 없는 사안이라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신문사의 적정 수 유지, 이에 따른 통합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단순히 경영이 어렵다고 합칠 문제는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신문시장이 투명해지고 시장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명확한 근거와 통합 의의, 신문사 간 자율적인 필요성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국장은 “몇몇 신문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현재의 규모로 전국 단위의 보급소나 분공장을 운영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여론 독과점을 타파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