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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대선보도 의식조사'에 대한 의견

조선일보 홍영림 기자

홍영림 조선기자  2002.08.28 11: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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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152호 ‘대선보도·언론현안 기자의식조사’와 관련,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가 조사항목 중 ‘특정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보도하는 언론사’ 부분에 대한 의견을 보내왔다. 기사와 관련된 분들의 입장과 반론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이 글을 전재한다.



지난 16일자 기자협회보는 한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기자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특정 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보도하는 언론사’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이 조사의 설문방법은 언론사들을 정확하게 비교 평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문항목은 ‘어느 언론사가 어느 후보에 유리(불리)하게 보도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언론사 이름과 후보 이름을 하나씩 답하도록 했다. 이같이 응답범주가 주어지지 않은 개방형 질문에서는 전국의 종합지와 전문지, 지방지, 방송사 등 60여개에 달하는 언론 매체가 모두 평가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기자라도 평소에 접하는 매체가 3∼4개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보지도 않는 대다수 매체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내는 ‘평가’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응답자가 평소에 접하지도 않으면서 ‘느낌’으로 특정 언론을 거론했다면 객관적인 조사 결과로 볼 수 없으며, 자신이 주로 보는 매체 중에서 하나를 대답했다면 발행부수가 많고 영향력이 커서 기자들에게도 많이 읽히는 매체에 응답이 몰릴 것은 당연하다.

언론에 대한 ‘이미지 측정’이 아니라 ‘보도내용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응답자에게 ‘최근 신문(방송) 중에서 일주일에 3회 이상 보는 매체는 무엇인가, 3개(혹은 4개)까지 답하시오’라는 형태의 선정(選定) 질문을 먼저 한 후, 자신이 주로 보는 매체 3∼4개에 대해서 각각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5∼6개 종합일간지와 3개 방송사 정도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평가 점수를 구해서 비교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이번 조사처럼 ‘응답자의 70% 가량이 한 언론사가 편파적이라고 답했다’는 ‘특정 언론 창피주기’ 식의 조사결과와는 매우 다를 것이다.

또, 이번 조사는 ‘표본 구성’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최근 일반국민 대상의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3위인 대선 후보가 기자대상 조사에서는 큰 격차로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조사결과가 특정 정치성향의 기자들을 조사대상에 주로 포함시켰기 때문이아니라면, 우리나라 기자들의 정치성향이 일반 국민과 왜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기자협회에서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