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저귀 빠는 것을 좋아했다.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기저귀를 널 때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힘든 과정을 참았다. 볕이 좋은 날 눈이 부실 정도로 흰 기저귀를 탁탁 털어 푸른 하늘에 던져넣는 그 기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한겨레 권복기 기자-기저귀 빨며 카타르시스를)
“어느날인가 일요일 오전 TV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쉬는데 유치원 들어가기 전이던 딸아이가 채널을 바꾸라고 요구했다.(…)잠시 후 딸아이가 내 앞으로 걸어와 버티고 서더니 배심원 평결을 내리듯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빠, 아빠 집으로 가버려!’(CBS 변상욱 방송위원-맹수는 모여 살지 않는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기사마감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귀가하는 기자들의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들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 기자라는 직함을 떼버리고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빠' 노릇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자아빠들의 모습은 어떨까?
최근 이프에서 발간된 <아빠 뭐해?>를 읽으면 이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아빠 뭐해?>는 이들 외에도 시민단체 간부, 교수, 한의사, 교사, 문필가, 만화가, 프리랜서 등 총 16명의 ‘아빠'들이 자신의 육아체험기를 적고 있는데 이중 전현직 기자 아빠 5인의 ‘육아기'도 다양하고 이채롭다.
주위의 만류와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한국 언론사상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을 얻어낸 기자(한겨레 권복기, 한겨레21 김창석)들도 있고 “칠순에 이른 지금까지 서울, 분당, 수원을 오가며 살림 뒷바라지를 계속하시는 장모의 내공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라며 자신의 글을 장모에게 바친 기자(CBS 변상욱 방송위원)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아이들에게 바라는 소망과 철학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는 “길마다 작은 슬픔들로 가득한 이 삶의 여정을 평정의 걸음으로 걷는 것, 이것이 내가 아이들의 삶에 바라는 소망"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전했고 문화일보 마태운 주말섹션팀장은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란 것은 아이들 스스로 체험하고 깨닫는 가운데 그렇게 된 것이며 내가 준 것은 신뢰감 뿐이었다"고 말한 프랑스 작가 프랑스와즈 말레 조리스의 말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21 김창석 기자는 아이를 데리고 실내수영장에 갔을 때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를 보였던 엄마들의예를 들며 “육아를 열심히 하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식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꼬집었다.
<아빠 뭐해?>는 올해 초 이프가 엮었던 <엄마 없어서 슬펐니?>의 후속작에 해당한다.
“엄마들이 그렇게 종종걸음치고 놀이방과 탁아방을 찾아다니고 맡긴 아이를 찾으러 가기 위해 일터에서 마음 졸이고 눈치보고 급식당번과 청소당번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다니고 있는 동안 아이 아빠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