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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한나라당 "정면 충돌"

서정은 기자  2002.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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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협회 ‘방송 독립성 침해’ 비판

방송노조 ‘방송장악 음모’ 강력 대응





한나라당과 방송사간 언론탄압 공방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이 방송 4사에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을 보내고 MBC를 국감 대상으로 포함하기 위해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대해 방송사와 언론·시민단체들이 ‘방송장악 음모’로 규탄하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방송 4사 노조와 언론노조, 기자협회, PD연합회 등 현업 언론인들과 방송협회는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의 ‘언론 탄압’ 조치가 계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의 조치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정치적 의도”라며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한나라당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협회(회장 박권상)도 제39회 방송의 날인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병역비리’ 보도와 관련 정치권 일부에서 특정인의 사진을 쓰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구체적인 보도 내용까지 언급하는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보도 내용에 대한 압력은 반론권 주장의 범위를 넘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원내 다수의 힘을 배경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방송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축시키려는 정략적 의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함에 따라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MBC도 지난 2일 민창환 전무를 중심으로 사내 대책반을 구성하고 보도국에서도 기자총회를 준비하는 등 정면 대응 방침을 굳혔다. MBC 김중배 사장은 지난 2일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사실이 아닌 허위 왜곡된 내용을 근거로 MBC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언론자유에 대한,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MBC로서도 심각하고 중요한 위기 국면으로 인식, 적절하고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오는 5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음모에 대한 규탄 집회를 갖고 언론탄압 철회를 촉구할 방침이다. 김용백 언론노조 위원장은 “자기 당에 불편한 보도를 불공정 보도로 규정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압력을 넣는 것은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를 향한 사당적 모습을 노골화 한 것”이라며 “언론탄압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과 MBC 국감 추진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언론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면서 내부에서도 언론에 대한 강경 대응을 재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수해 현장 방문 등 각종 일정이 겹치면서 내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