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끝내 MBC를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이며, 국정감사를 ‘언론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은 것이다.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원내 제1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힘을 언론탄압에 사용하고, 국정감사마저 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기자협회는 최근 한나라당의 언론에 대한 접근 방식과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지난 27일 한나라당이 방송에 전달한 공문은 공당으로서의 의견 전달을 넘어선 것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병역의혹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정연씨의 얼굴이나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자제할 것, 검찰 공식 발표가 아니면 보도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발표만 받아쓰는 ‘관보’나 ‘기관지’가 될 것을 요구한 것과 다름 없다. 그간 수많은 게이트 사건에서 검찰 발표가 아닌 언론의 수많은 의혹 제기가 있었을 때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 당에 불리하면 편파이고, 유리하면 사실 보도인가.
특히 한 언론사를 국감에 포함시키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MBC 하나를 포함시키기 위해, 국정감사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기관까지 감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국정감사가 MBC의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회사의 성장과 조직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 입장만을 대변하는 MBC, 한나라당 문제는 절대 비판하지 않는 MBC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국감의 결과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처럼 법을 개정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면 차라리 모든 언론사를 국정감사에 포함시키는 법을 만드는 것이 떳떳하다. 국정감사법이나 감사원법, 방송문화진흥회법으로 안되면 ‘언론사 특별 감사법’을 만들면 되지 않는가.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필요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두달전 MBC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해 놓고, 이제는 법을 개정해서 국정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나 국감 포함이나 그 동기가 불순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논리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원내 제1당’의 언론정책이 이처럼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갈팡질팡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협회는 한나라당의 이번 조치를 언론을 협박해 비판적인 보도를 막으려는 명백한 언론탄압으로 규정한다. 또한 그것이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언론길들이기 차원의 정치적 의도를 분명하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적인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기자협회는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또 16대 대통령선거의 공정보도를 위해서 한나라당의 이번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협회는 한나라당이 이번 조치에 대해 법개정 안의 철회와 함께 국민과 언론인들에게 솔직하게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감사원법 개정을 주도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그에 따른 한나라당과의 대립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