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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우리의주장  2002.09.04 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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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방송장악 기도는 거칠기 짝이 없다. 이 거대 야당은 언론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방송을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법사위에 제출했다. 문화방송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한나라당이 공영성을 운운하며 국감 대상에 문화방송을 포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상법상 주식회사인 방송사를 국감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는 논란거리라고 치자. 문화방송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방송의 공영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감사원법 개정까지 밀어붙이는 의도는 무엇인가.

지난달 30일 이 당의 의원총회에서 공정방송특위 위원인 한 의원이 “감사원법은 꼭 통과시키려고 내놓은 것이 아니고 압박용이다. 국정감사를 받게 할 수도 있다는 사인을 주었는데도 보도가 나아지지 않아서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라고 말한 데서 그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감이라는 압박 카드를 이용해 자기 당의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는 사전에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의 공정방송특위가 지난달 27일 방송 4사에 보낸 공문은 군사정권시절 언론보도지침의 폭압성을 떠올리게 한다. 병역비리 수사를 보도할 때 이정연씨의 얼굴을 보도하지 말고, 그의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니…. 이정연씨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 아니라면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관심을 갖겠는가. 한나라당의 주장은 한마디로 그 사안을 보도하지 말라는 지침에 다름 아니다.

언론단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에 언론 길들이기 시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명을 낸 바 있다. 그럼에도 이 당은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거대 야당으로서 힘의 과시를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언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부 신문매체를 자기 편이라고 여기고, 방송만 장악하면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결국 이 당의 대선후보와 국민을 더 멀어지게 하는 자충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화방송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신문으로부터도 ‘잘못된 논리’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니 그 폭압성을 재론해 무엇하겠는가.

기자협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법개정안의 철회와 함께 국민과언론인들에게 솔직하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3일 발표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시민·언론단체의 연대 성명도 방송장악 기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협회는 한나라당이 원내의석의 힘을 믿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국민적 저항조직과 굳건히 연대할 것이다. 군사정권의 총칼의 위협도 헤쳐 나왔던 정론직필을 더욱 날카롭게 세울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