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전국 28개 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을 상대로 한나라당의 감사원법 개정 추진, 방송 4사에 보낸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가 한나라당의 언론 대응 방식에 상당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국감 포함 감사원법 개정 “반대”=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감사원법 개정과 관련 MBC가 피감기관으로 포함되는 문제에 대해 경향 한겨레 KBS CBS YTN 강원일보 광주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제민일보 등 10개사 편집·보도국장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적극 반대 입장을 보였다.
경향 강기석 국장, YTN 고광남 국장, 전남일보 나종경 국장 대행은 “보도내용을 문제삼아 국감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도가 불순하다”고 응답했고 한겨레 조상기 국장은 “대선 가도를 선점하기 위한 법 추진으로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KBS 진홍순 국장과 강원일보 김성기 국장은 “언론기관을 국감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으며 CBS 김광수 국장은 “정치적으로 방송사가 휘둘릴 우려가 있다”, 제민일보 고홍철 국장은 “법까지 개정하면서 언론사의 국감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매일 문화 연합 강원도민일보 제주일보 등 5개사 편집국장은 “감사를 받을 필요성도 있지만 의도가 불순하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대한매일 최홍운 국장은 “MBC를 겨냥한 인상이 짙고 언론의 사명을 생각할 때는 부정적”이라면서도 “혹 국감을 한다면 경영문제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장영섭 국장도 “MBC가 공영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감시를 받을 필요는 있지만 언론 보도를 비롯한 언론기관에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주변여건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MBC를 국감에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황열헌 국장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으나 보도 내용이 마음에 안든다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민일보 방명균 국장은 “MBC에 대한 전면 감사는 반대한다”면서도 “보도 이외의 다른 영역이라면 부분적으로는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주일보 부영주 국장은 “감사원법 개정을 통한 국감 포함에 대해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유보하지만 보도에 대한 불만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인일보 송광석 국장은 “법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한나라당 태도도 문제지만 MBC의 보도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대전일보 이용희 국장은 “한나라당도 감정적 대응이지만 MBC도 편파보도를 인정해야 한다”며 양쪽 다 큰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일보 최규식 국장은 “배경은 짐작이 가지만 법적인 측면에서는 양측 주장이 다 있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고 SBS 우원길 국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공문 발송 “언론간섭”=경향 한국 대한매일 문화 한겨레 연합 KBS SBS CBS YTN 강원일보 대전일보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제주일보 제민일보 경인일보 등 17개 편집·보도국장이 한나라당의 공문에 대해 “언론간섭 행위로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한겨레 조상기 국장과 KBS 진홍순 국장은 “편집권에 대한 간섭” “중대한 언론간섭 행위”라고 지적했으며 전남일보 나종경 국장 대행은 “신보도 지침과 다를 바 없다”, 제주일보 부영주 국장은 “취지가 무엇이더라도 언론자유를 위축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응답했다.
연합 장영섭 국장은 “문건에 구체 사례를 적시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고 SBS 우원길 국장은 “하나의 의사표시 정도라면 모르지만 공문의 맥락으로 볼 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전일보 이용희 국장은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이 있는데 특정 방송사를 문제 삼아 공문을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였고 경향 강기석 국장은 “중재위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YTN 고광남 국장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다. 어떤 언론사도 이것을 간섭이나 통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효과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최규식 국장, 전북도민일보 소용호 국장, 문화 황열헌 국장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강원도민일보 방명균 편집국장은 “공문의 전문을 보지 못해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혔으며 광주일보 유제철 국장은 “피해를 입었으면 항의 공문을 보낼 수는 있으나 각사가 100%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후보 아들 표현, 사진 게재 “언론사 판단”=한나라당이 이정연씨의 사진과 ‘이회창 후보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자제해달라고 시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 17개사의 편집·보도국장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응답했다.
연합 장영섭 국장, 경향 강기석 국장, CBS 김광수 국장, YTN 고광남 국장, 전남일보 나종경 국장 대행 등은 “보도 여부는 어디까지나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한국 최규식 국장, 대한매일 최홍운 국장, 문화 황열헌 국장, 한겨레 조상기 국장, SBS 우원길 국장, 강원도민일보 방명균 편집국장, 광주일보 유제철 국장 등은 “개인 이정연이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 후보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은 언론 입장에선 아예 기사를 쓰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BS 우원길 국장은 “이정연씨 얼굴은 5년전에도 몇 달씩 언론에 노출됐는데 이제와서 문제삼는 건 새삼스럽다”고 덧붙였다.
KBS 진홍순 국장은 “어불성설의 요구”라며 “대통령 후보는 필요에 따라서는 부자지간의 관계도 무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제민일보 고홍철 국장은 “언론의 기본적 권리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강원일보 김성기 국장도 “당연히 보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원도민일보 방명균 편집국장은 “이회창 후보나 이정연씨가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낼 수는 있겠지만 정당 차원에서 낼 의견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전일보 이용희 국장과 제주일보 부영주 국장은 답변을 보류했다.
△대통령 후보 아들 “공인”=연합 경향 한국 대한매일 문화 SBS YTN 경인일보 광주일보 전남일보 대전일보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등 13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은 대통령 후보의 아들도 ‘공인’이라고 답했다. SBS 우원길 국장은 “대통령 가족이 공인이라면 후보의 가족도 당연히 공인”이라고 말했으며 YTN 고광남 국장은 “일반론에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사회에서는 당연히 공인”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겨레, CBS, 제민일보 등 3개사 국장은 대통령 후보가 공인이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가족의 문제도 공인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제민일보 고홍철 국장은 “대선 후보 아들의 공인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회창씨가 대선 후보로 나섰기 때문에 친인척 등 주변 역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