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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대표도 내용 몰랐다"

한나라당 MBC 문제 강경파 득세 내부서도 비판

서정은 기자  2002.09.04 13: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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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언론 대응이 좌충우돌 양상이다. ‘신 보도지침’으로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의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이 일부 의원들의 주도하에 작성되고, MBC 김중배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도 확인 절차 없이 공식 브리핑 돼 물의를 빚으면서 언론에 대한 지나친 강경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7일 방송 4사 사장 앞으로 보낸 ‘불공정보도 시정촉구’공문은 한나라당 ‘공정방송특위’ 간사와 일부 위원들이 당 대표 등 주요 당직자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특히 이정연씨 얼굴과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담겨 있어 직접적인 보도 간섭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표실의 안홍 보좌역은 지난 3일 “서청원 대표는 공문 내용을 전혀 몰랐다. 당이 공식적으로 보낸 문건도 아니고 일부 의원이 강경 분위기를 주도해 물의를 빚은 것”이라고 해명한 뒤 “언론사에 대한 강경 대응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언론에 대한 접근 방식을 기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을 곧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MBC 김중배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을 확인없이 발표하고 공식 브리핑해 MBC가 강력 항의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김중배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대선까지 이회창 후보의 병풍문제를 크게 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발언했고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 공정방송특위 위원의 발언이라고 소개하며 “김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이 후보가 집권하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제거될 수 밖에 없다. 강경 대응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는 “김 사장은 어떤 자리에서도 이같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2일 한나라당에 질의서를 보내 발언 근거를 제시하고 공식 사과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의원총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3일 “공정방송특위의 한 위원이 틀림없는 제보라며 김 사장의 8월 19일 임원회의 발언을 보고했다. 이에 흥분한 서 대표와 내가 의원총회에서‘명확한 의도가 규명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MBC가 질의서를 보냈기 때문에 우리도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표실 안홍 보좌역은 “의원총회 직후 우리쪽에서도 김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에서 확인없이 부풀린 내용을 서 대표가 의원총회 직전에 들었고 ‘이런 이야기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며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