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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홍수, 추적은 가뭄

'병풍보도' 게이트보도 비교 소극적 비판 많아

김상철 기자  2002.09.04 13: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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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진실규명에 나서라. 국민은 ‘진실’이 알고 싶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달 발표한 이회창 대선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 보도 관련 논평의 일부다. 언론의 ‘병풍 보도’가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윤태식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국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의혹과 쟁점을 제기해왔던 것과는 대별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이정연씨 병역비리 문제는 5년 전인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졌다가 올 5월 오마이뉴스의 김대업씨 인터뷰를 통해 또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언론은 이보다 뒤늦게, 김씨가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관련 보도를 본격화했다. 이후 보도는 이정연씨 병적기록표 위·변조 의혹과 김대업씨의 추가 증언, 테이프 내용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여기서도 김씨 주장에 신빙성을 두는 ‘수위’에 따라 보도량이나 논조에 차이가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는 8월 7일~20일 보도를 분석하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내용은 ‘한나라당 편들기’ ‘테이프 조작설 및 의혹 부풀리기’ 보도에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와 MBC는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의혹’, ‘이회창씨 장남의 병적기록표 위조 또는 변조 의혹’ 등에 무게를 실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나라당 논평이든, 김대업씨 주장이든 언론이 그 이상의 기사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나라당 한 출입기자는 “자체적으로 취재할 대상이나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결과에 따라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 보도’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한계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5년전에 불거진 사안을 재수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의 내부 보안이 철저하고, 병적표 문제 외에 현실적으로 새로운 증언이나 자료를 입수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이전 게이트의 경우 관련자 제보나 정보가 많았다. 지금은 대선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김대업씨 말고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김씨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다고 보느냐에 따라 소화하는 지면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병역비리 문제를 현안으로 재점화시킨 오마이뉴스정운현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 “정보원도 더 많고 인력도 풍부한 주요 언론매체에서 3~4명의 팀을 꾸려 이 문제를 처음부터 파헤쳤다면 더 많은 내용들이 밝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은폐 대책회의 문제가 다음 현안으로 부각될 여지도 많다”면서 “언론은 뒤늦게라도 새로운 사실 추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