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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지국 수색…중국 왜 이러나

탈북자보도 '경고성'인 듯

김상철 기자  2002.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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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국 출입자 감시 등 한국특파원 활동 주시





지난달 31일(한국시각 9월 1일) 심야에 벌어진 중국 경찰들의 조선일보 베이징지국 강제 수색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 보도에 대해 가지는 ‘민감한 반응’의 일단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경찰이 수색과정에서 보도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고, 추후 조사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들어 조선일보 여시동 특파원에게 벌금을 통보했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거류조사에 따른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지 특파원들은 무엇보다 거류조사를 명목으로 심야에, 무단으로 지국 사무실을 수색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색 과정에서 탈북자 관련 자료가 압수됐다는 점도 그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여 특파원은 지난 2일 “중국 공안은 현재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가져갔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조치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중국 공안은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에 들어온 탈북자를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이상민 연합뉴스 특파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KBS MBC SBS는 당시 사건현장을 담은 화면을 중국 CC-TV의 위성망을 통해 송출하려했으나 CC-TV측이 사전 동의 없이 송출을 중단, 이를 국내에 전달하지 못했다. 지난 2일에는 독일의 공영TV ARD 카메라 기자가 베이징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진입하던 탈북자들을 취재하다가 중국 경찰에 폭행 당하고 촬영필름을 압수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언론을 통한 탈북자 문제 공론화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탈북자 문제는 가깝게는 지난해 6월 장길수군 가족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베이징 사무소에 진입하면서 불거졌고 이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됐다.

지난 6월 한중 양국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처리 원칙에 합의했지만 모든 걸림돌이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중국측에서 ‘외국공관이 탈북자들의 불법적인 제3국행 통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탈북자 문제를 인권의 잣대로 접근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탈북자 문제에 NGO나 특파원들이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선일보 지국 수색도 이같은 인식에 바탕한‘사전 경고’ ‘겁주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민 연합뉴스 특파원은 “실제로 국내 언론사 특파원의 차를 미행하거나 지국 사무실 출입자를 체크하는 등 중국 공안의 움직임이 확인되기도 한다”면서 “예민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국내 언론사 지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