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의 국회 인준이 결국 부결됐다. 총리서리 임명 19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장 총리 지명자는 부결 1주일여 만에 다시 매일경제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원직 복직’으로 상황은 제자리로 돌아왔으나 여진은 남는다. 일차적으로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언론사 최고 경영자가 사회지도층 인사에 요구되는 도덕성와 윤리성이라는 잣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선례를 남겼다. 아울러 검증과정에서 나타난 신문사 경영과 이를 둘러싼 언론사 대표의 도덕성 문제는 지난해 세무조사에 이어 언론사의 투명성과 ‘도덕성 지수’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윤리성 제고 필요성 재확인
장대환씨 총리지명 이후 재산과 주식 보유 등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과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은 언론과 언론인의 윤리 확립이 여전히 진행형의 과제임을 보여줬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윤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정과 내부 감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자체 윤리강령 등을 통해 경영진 간부의 경우 재산변동 내역 신고를 매해 정례화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제기됐다. 실제로 각사 윤리강령이 언론사 증권담당 및 경제부 기자들의 주식투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사 경영진들의 주식투자 등 재산증식 현황을 내부적으로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상대적으로 일선 기자들에 비해 정보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94년 CBS 선례에서 보듯 언론사 경영진들도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비단 국회 인준 문제가 아니더라도 언론사 경영진들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 잣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재확인된 이상, 재산공개 방안도 ‘언론계 지도층’의 윤리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일 수 있다.
낙후된 언론사 회계 관행
장 총리 지명자 검증 과정에서 나타난 계열사 주식 보유 과정, 특히 임원 대여금 형식으로 돈을 빌려 자회사 주식을 산 뒤 회사 정기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의 사례는 언론사 회계 관행이 여전히 낙후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냈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해 언론사세무조사를 통해서도 문제로 부각됐던 사안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언론사 사주들이 회사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혐의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사회나 감사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를 위해 ‘회사는 감사를 두거나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상법 규정에 의거, 다수의 감사로 구성된 독립된 감사위원회 구성을 통해 경영과 회계 처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 방안으로 제기된 바 있다.
경영 투명성 확보 과제로 남아
언론사 경영 투명성 확보와 관련, 언론계에서는 신문판매 부분의 제반 거래가 과세신고 대상이 되도록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론됐다.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회사 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 사주 개인이 유용했다는 혐의가 포함되자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강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같은 강제적인 조치를 거론하기 앞서 이번 장대환 총리 인준 부결은 경영진의 투명성과 경영 투명성 확보라는 과제가 여전히 언론에 부여된 몫임을 재확인시켰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장 총리 인준 부결은 매일경제만이 아닌 한국언론 현주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또 “언론사가 자체 문제는 적당히 처리하면서 외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여타의 언론사들도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